"혐오, 개인의 일탈 아냐"… 세종 첫 '혐오대응 시민 집담회' 열려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청소년들의 혐오 표현을 계기로 세종지역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혐오'를 주제로 한 공론장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혐오를 일부 청소년의 일탈이 아닌 경쟁 중심 사회와 온라인 환경, 공동체 약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며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이사장 김갑년)는 지난 25일(토) '7·25 세종민회 공동체의 날'을 맞아 민주사랑방에서 '혐오 없는 세종, 함께 묻고 함께 답하는 첫 공론장'을 주제로 시민 집담회를 개최했다.
김갑년 세종민회 이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자리는 특정 학교나 학생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혐오 표현이 우리 사회와 학교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함께 성찰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언어가 놀이처럼 소비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혐오 표현은 단순한 감정이나 농담이 아닌 사회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말은 사람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기도 한다"며 "혐오 표현은 특정 개인과 집단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고 존엄을 부정하는 언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말한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그 표현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사용됐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며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타인의 존엄을 훼손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담회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조롱과 역사 왜곡, 청소년 혐오 표현, 온라인 알고리즘의 영향, 학교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위축, 시민사회의 역할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연서중학교 3학년 고한결 학생은 학교 현장에서 혐오 표현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혐오 표현은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시험 위주의 교육과 유튜브·SNS 영향으로 역사와 인권 교육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5·18도 단순한 연표와 숫자가 아니라 희생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함께 배우도록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 이상미 지부장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이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극단주의 상징을 사용하는 사례가 실제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교사가 이를 바로잡으려 하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민원에 직면하면서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일수록 읽기와 쓰기, 말하기, 듣기, 공감 능력을 기르는 인간의 기본 역량이 더욱 중요하고 "학교가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교사들이 민원과 외부 압박을 우려해 사회적 쟁점을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생태연구소 문성남 연구자는 혐오를 세대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혐오 표현은 우리 사회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경제적 지원이나 단기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