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사고 때 수상한 행적... 기사 한 줄이 시장 끌어내렸다

살아 있는 언론의 뜨거운 양심과 법의 차가운 이성이 공조하여 독일 베를린 시장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6개월간의 봉쇄를 풀고 진실이 밝혀진 것은 시장의 양심도 기독민주연합(기민련)의 각성도 아니었다. 한 기자의 가처분 소장 한 장과 그것을 받아 든 행정 법원의 냉철한 판결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베를린 시민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카이 베그너 시장이 지난 10일 오후 3시, 다음 선거의 시장 후보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소속당의 압도적인 지지(92%)를 받아 차기 베를린 시장 후보로 이미 선출된 상태였다. 그러나 언론의 압박이 시작된 지 꼭 72시간 만에 무너졌다.
정확히 72시간 전인 7일 오후 3시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속보를 통해 "지난 1월 3일 정전 사고가 있던 날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누구와도 통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6개월 동안의 옥신각신에 마침표를 찍는 기사였다.
그의 실정은 손가락으로 한참 꼽아야 하지만 지난 1월 3일 대규모 정전 사고가 있던 날 행적이 결정적이었다. 베그너는 사고 당일 보이지 않았던 이유로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한 채 대책본부 등과 종일 통화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것이 새빨간 거짓임을 밝히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고 속보가 나온 후 72시간 만에 '종이 한 장의 힘'으로 거짓의 탑을 무너뜨렸다.
세 번의 거짓말
지난 1월 3일 토요일 새벽, 베를린 남동부를 어둠과 추위가 덮쳤다. 좌파극단주의 불칸 그룹이 송전 시설에 불을 질렀고, 범행을 자처했다. 그 방화 한 번으로 약 4만 5000가구와 2200여 사업체, 도합 10만여 명이 전기와 난방을 잃은 채 혹한에 떨었다. 병원과 요양원의 상황은 심각했다. 일부 지역의 정전은 닷새 가까이 이어져 1월 7일에야 복구되었다.
연방검찰총장이 수사에 나설 만큼 무거운 사건이었지만, 정작 도시의 정서를 오래도록 흔든 것은 카이 베그너 시장의 행적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말도 한마디 없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하고 전화로 위기를 조율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는 오전 내내 이렇다 할 공식 통화 하나 없이 지내다가 -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 오후엔 테니스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반년 동안 반복된 거짓과 은폐는 끝내 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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