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여드름 짜고, 콧물 빼는 영상에 중독된 까닭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을 훑어보다가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여드름을 짜는 영상, 귀지나 콧물을 빼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찍은 영상을 마주친 것입니다. 썸네일만 봐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노릇입니다. 입으로는 "세상에, 저런 걸 왜 봐?"라고 말하면서도 손가락은 홀린 듯 클릭 버튼을 누릅니다.
영상이 시작되면 "으악, 더러워" 비명을 지르면서도 눈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드름이 터지면서 고름과 피지가 빠져나오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정체 모를 쾌감마저 밀려옵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뇌는 분명 불쾌하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끝까지 보고 싶은 충동 또한 함께 듭니다.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 모순적인 끌림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혐오'라는 감정의 정체
심리학자 폴 로진은 '혐오(disgust)'를 인간의 생존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된 감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부패한 음식이나 배설물, 고름, 혈액 등을 목격했을 때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질병과 감염의 위험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해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부감을 느낀 개체일수록 생존에 유리했고, 그런 반응이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Rozin et al., 1987)
다음과 같은 연구도 있습니다.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의 발레리 커티스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인종이나 문화권과 관계없이 체액, 곰팡이, 곤충처럼 질병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을 찍은 사진을 볼 때 모두 강한 혐오감을 보였습니다. 커티스 교수는 이를 병원균과 감염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적응적 반응'으로 분석했습니다.(Curtis et al., 2004)
이후 다른 심리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질병 회피 경향을 '행동 면역 체계(Behavioral Immune System)'라는 명칭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Schaller et al., 2011).
즉, 인간의 면역 시스템은 몸속의 백혈구나 항체가 병원균과 직접 싸우는 생리적 방식으로도 작동하지만, 애초에 병에 걸리지 않도록 위험한 물질을 피하게 만드는 심리·행동적 방식으로도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혐오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감염을 미리 차단하도록 진화했다는 해석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