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매 지킬 준비 중인 꽃, 자세히 봐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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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봄보다 꽃이 많지 않다. 자귀나무와 능소화, 배롱나무, 무궁화가 꽃을 피우지만, 초여름 산과 들을 환하게 만드는 나무는 밤나무다. 6월이 되면 길게 늘어진 연노란 밤꽃이 온 나무를 뒤덮는다. 화려한 색은 아니어도 워낙 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밤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봄에 꽃을 피울 때도 서두르지 않았다. 봄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힘을 모으며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올해도 지난 봄 매화와 벚꽃이 그러했듯, 밤나무가 남쪽에서부터 차례로 여름의 시작을 알려왔다.
밤나무가 지금의 여름을 기다렸듯이 나 역시 밤나무꽃이 피길 기다렸다. 암꽃을 보기 위해서다. 그동안 숲을 걸으며 수없이 밤꽃을 보았다. 그런데 정작 밤나무의 암꽃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밤나무에는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따로 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걸음을 멈추고 암꽃을 찾아본 적은 없었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작은 암꽃을 올해는 직접 보고 싶었다.
밤나무를 찾아서
평소 눈여겨보았던 밤나무를 찾아갔다. 주변에서 가장 크고 꽃도 흐드러지게 핀 나무였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니 문제가 있었다. 나무가 너무 커서 눈높이까지 내려온 가지가 없었다. 꽃은 머리 위 먼 곳에 매달려 있었고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차를 몰아 동네를 돌아다닌 끝에 작은 텃밭에 서 있는 알맞은 크기의 밤나무를 발견했다. 마침 밤나무 곁에서 할머니 한 분이 수확한 마늘을 다듬고 계셨다. 밤꽃을 관찰하러 왔다고 설명하고 허락을 구했다. 할머니는 손길을 멈추지도 않은 채 고개만 쓱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러슈."
지천에 널린 밤꽃을 가까이 들여다보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영 실없어 보였을 것이다. 할머니의 무심한 허락을 받고 밤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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