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개혁, 이스라엘 방식은 어떤가?
통합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80년 역사의 3군 사관학교 폐교에 따른 이해관계가 깊은 데다 국가안보 관련 사안인 만큼 파장이 큰 것은 당연하다.
사관학교 통합 반대와 찬성 이유는 제각각이고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이 가운데 명분상으로 가장 크게 충돌하는 것은 합동성이냐 전문성이냐 여부다.
통합 반대 측은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며 '전공 악기도 제대로 못 다루면서 합주부터 배우겠다'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사관학교 통합의 주요 논지인 합동성 강화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정명(正名)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합동성과 전문성은 정의부터 잘못됐다. 이로 인한 소모적 공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합동성의 반대말(대립어)은 개별성이나 독자성이지 전문성이 아니다. 전문성의 반대말 역시 일반성이나 범용성에 가깝지 합동성과는 거리가 있다.
사실 합동성과 전문성은 사관생도가 함께 체득해야 할 자질과 덕목이다. 합동성은 각 군 이기주의 타파를 통한 협동심 강화로 이해돼야 하고, 전문성은 군인의 당연한 기본 능력으로 여겨질 뿐 서로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통합 찬성·반대 측 간에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정체성'의 가치다. 물론 반대 측은 '각 군의 정체성'에 의미를 두지만, 찬성 측이 강조하는 '국군의 정체성' 대의를 거스를 수는 없다.
사실 국군을 '국민의 군대'(군인복무기본법 제5조)로 규정한 이 정체성은 통합 국군사관학교의 핵심 요체다.
사관학교 통합 시도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이제야 결실을 보게 된 것은 12·3 내란의 학습효과다. 국민 다수가 군 개혁 필요성을 절감하고 환골탈태를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국민의 군대' 정체성은 새로 태어날 대한민국 장교단에 특권·선민의식과 순혈주의, 칸막이 문화, 카르텔 같은 구습과 완전히 단절할 것을 명령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스라엘 군대의 독특한 정체성은 참고할 점이 있다. 이스라엘은 소수 과학기술 요원(탈피오트)을 제외하면 별도의 사관학교가 없다. 대신에 병사나 부사관 중에서 검증된 우수 인력을 장교로 선발·양성한다.
모든 장교가 이등병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출발선이 다른 데서 오는 엘리트 의식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장병 전체가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는 '형제애' 같은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물론 이스라엘 군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고, 환경 자체가 워낙 특수하고 예외적이기 때문에 한국적 상황과 거리가 멀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주시해온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우리와 달리 모병제 국가다. 징병제와 모병제의 근본적 차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몇 안 되는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 모델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장교와 부사관, 병사 간 사회적 계층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는 모병제 체제와, 그렇지 않은 징병제 간에는 병영문화 면에서도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책이 요구된다. 사관학교 통합이 나온 배경에는 향후 15년 내 상비병력이 반 토막 가까이 급감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개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 상상력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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