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인 그들만의 리그, 찜찜한 교육감 선거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는 시민들에게 의무감과 더불어 피로감을 유발해온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투표소를 나서는 발걸음이 예전만큼 가볍지 않아 보인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충만함보다, 잘 모르는 채로 찍고 나왔다는 찜찜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찜찜함은 선거가 반복될수록 시민들을 지치게 만든다.
이것은 시민의 무관심이나 정치 혐오로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된 실망의 축적에 가깝다.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공약들, 당선 이후 조용히 사라지는 약속들, 4년이 지나 다시 나타나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는 얼굴들... 시민들은 열심히 알아보고 찍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한다.
지방선거는 그 피로감이 특히 깊이 쌓이는 선거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투표용지를 몇 장씩 받아 들고 기표소에 들어서면 낯선 이름들이 빼곡하다. 성실한 유권자라면 며칠 전부터 공약을 찾아봤겠지만, 대부분은 그럴 시간도, 여유도, 솔직히 그럴 이유도 찾기 어렵다. 결국 당 색깔이나 기호, 혹은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이름에 의존한다. 그것이 시민의 잘못은 아니다. 시스템이 시민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출 과정은 교육적이었을까?
그중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유독 낯설다. 정당 표시도 없고, 기호도 추첨이다. 누가 진보이고 누가 보수인지, 누가 단일 후보이고 누가 독자 출마인지, 알아내려면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무려 8명이 난립했다.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최다다. 8명 중 자신이 찍은 후보의 이름을 기표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이 혼란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서울 진보 진영에서는 단일화 경선을 진행했다. 여러 후보가 참여해 절차를 밟았고, 현직 정근식 교육감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민주적이었다. 그런데 경선에서 패한 한만중 후보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정근식 후보와 한만중 후보는 서로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둘 다 자신이 "민주진보 단일후보"라고 홍보물에 적었다. 진보 교육감을 표방한 홍제남 후보는 단일화 절차를 문제 삼아 처음부터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천은 결이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민주진보 진영은 단일화 절차를 거쳐 임병구 후보를 단일 후보로 선정했다. 그런데 현직 도성훈 교육감은 처음부터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3선에 도전하는 현직의 조직력과 인지도를 앞세워 단일화 구도 바깥에서 독자 레이스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진보 표는 두 후보로 나뉘었고, 단일화 절차를 성실하게 밟은 임병구 후보는 사실상 사표의 무게를 떠안았다. 경기도 역시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없지 않았다. 지역마다 양상은 달랐지만, 절차보다 생존을 앞세우는 후보들의 선택은 어디서나 엇비슷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승패를 떠나, 이 장면들이 불편했던 이유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킬 것. 절차를 존중할 것. 경쟁에서 지더라도 결과에 승복할 것.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조율할 것. 민주주의란 그 지루하고 불편한 과정을 견디는 훈련이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해왔다.
그런데 바로 그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 선거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그 원칙들을 내려놓았다. 단일화 결과에 불복하고, 상대를 고발하고, 현직 프리미엄을 방패 삼아 공동의 약속 바깥에 섰다. 낯이 뜨거웠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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