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목숨 공무원 '대학 조교'…"1년 임용 규정 삭제해야"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국·공립대 조교들이 신분과 처우의 불일치로 이중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공무원 신분임에도 현행 법령상 총장이 1년 단위로 임용하도록 규정돼 있어 정년을 보장받지도, 기간제 노동자로서 보호받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재임용 절차가 교수 갑질을 낳고 행정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교육공무원임용령의 1년 임용 규정을 삭제하고, 대학마다 다른 임용 절차와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년마다 재임용 심사받는 조교들…대학마다 고용 안정성 격차 커
23일 대학교육연구소의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 임용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립대 조교 정원은 총 2875명이다. 2016년 2864명이던 조교 정원은 최근 10년간 0.4%(1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교원 정원이 1만5174명에서 1만6191명으로 6.7%(1017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국·공립대 조교는 대학 교원, 초중등 교사, 장학관, 장학사, 교육연구관, 교육연구사 등과 함께 교육공무원으로 분류되지만 1년 단위로 임용된다. 본래 교육공무원법은 조교를 교원의 범주로 보고, 교수 재임용 제도와 함께 1년 단위 임용을 도입했다. 그러나 대학 기능이 확대되면서 조교가 교육·연구 지원을 넘어 학사·행정 운영까지 담당하게 됐고, 1997년 제정된 고등교육법은 조교를 직원 범주에 포함했다. 이로써 조교는 더 이상 교원이 아니게 됐지만, 이에 따른 법·제도 정비는 병행되지 않은 채 1년 단위 임용 구조만 그대로 남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41개 국·공립대를 분석한 결과, 학교마다 평균 근속연수에서 뚜렷한 편차가 나타났다. 근속연수는 조교의 고용 안정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거점국립대 중에서는 경북대가 평균 근속연수 19년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제주대는 5년에 불과했다. 경북대는 근속연수 21년 이상인 조교 비율이 44.7%에 달했지만 제주대는 전무했고, 오히려 근속연수 10년 미만이 84%를 차지했다.
지역중심·특수목적대학 역시 평균 근속연수가 2년부터 22년까지로 격차가 컸다. 국립목포해양대와 한국체육대는 평균 2년에 그친 반면 금오공대는 22년이었고, 교원양성대학은 3~11년 수준으로 나타났다.
◆행정 부담·교수 갑질 부르는 '1년 단위 임용'…탈락 시 법적 구제제도 無
재임용 절차는 행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학기 시작을 앞두고 조교 재임용 시즌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는 대학 행정이 가장 몰리는 때이기도 하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현행 제도는 조교의 고용 안정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동시에 대학의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했다.
매년 재임용 심사가 반복되나 탈락률은 낮아 사실상 동일한 인력이 계속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당 심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기준 조교 2559명이 재임용 심사를 받은 가운데 탈락자는 전북대, 국립군산대, 서울과학기술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각각 1명씩 총 4명 발생해 탈락률은 0.16%에 그쳤다. 2021~2024년에도 탈락률은 약 0.2%였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재임용 탈락 사례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현행 재임용 심사가 실질적인 평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며 "재임용 심사가 실질적인 평가보다는 형식적인 절차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탈락률 자체는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일부 대학은 재임용 심사 과정에 '학과 동의' 절차를 포함해 재임용 기회를 교원의 동의에 종속시킴으로써 조교의 고용 안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 국립경국대와 군산대는 재임용 추천 시 각각 소속 전공 전체 교수의 3분의 2 이상, 4분의 3 이상 동의를 받아야만 심사 평정을 거칠 수 있도록 했다.
재임용에서 탈락하더라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교원과 달리 조교들에게는 이 같은 법적 구제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재임용 탈락 시 이의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에 명시한 대학은 13곳에 불과했고, 이 중에서도 심사 탈락 시 의무적으로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대학은 경북대와 경상국립대 두 곳뿐이었다.
재임용 횟수 제한 역시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원대, 강원도립대, 경북대 등 20개 대학은 재임용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나머지 절반가량의 대학은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최대 2회, 한국교원대는 3회, 서울과학기술대와 서울시립대는 9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조교 재임용에는 표준화된 절차와 평가지표가 존재하지 않아 '교수 갑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대학은 '인격과 품위', '개인 생활의 청렴도', '교수 보좌의 충실성' 등 업무와 무관한 추상적 항목까지 심사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연구진은 "재임용 심사를 학과 교수가 주도하는 구조에서는 조교 임용의 실질적 인사권이 학과 교수에게 있다"며 "'교수 갑질'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1년 임용 규정 삭제해야"…임용 규정 표준안·의사결정기구에 참여도
대학교육연구소는 사각지대에 놓인 조교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교육공무원임용령의 1년 임용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상당수 대학에서 조교의 평균 재직 기간이 10년을 넘어섰다. 이는 조교가 교육·연구 지원, 실험·실습 관리, 학사·행정 업무 등 대학 운영의 주요 영역을 담당하는 상시 업무자임을 보여준다"며 "'1년 단위 임용' 규정을 삭제하고, 정년 기반 임용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공립대 교원도 계약제로 임용된 경우가 많고, 공개경쟁 채용과 승진 체계를 갖춘 일반직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제도 운영 과정에서는 단계적 도입과 보완적 제도 설계를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조교 임용 규정 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구진은 "정년 기반 임용제가 도입된다면 재임용 및 정년 전환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교육공무원으로서의 동일성을 전제로 최소 기준을 통일하되 대학 자율성을 일정 범위 내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의사결정기구에 조교의 참여를 명시하고, 조교가 근무환경 개선과 고충 처리를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대학 구성원으로 조교의 법적 지위가 인정될 수 있도록 대학 의사결정기구에 명시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며 "교육공무원 조교의 공무원 직장협의회 가입이 가능하도록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575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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