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문, 진안에서 찾아보세요

산 높고 물이 맑은 진안에는 오래 전부터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선비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기암절벽 아래 신선이 잠든 듯한 수선루를 비롯해 계곡과 바위, 숲을 벗 삼아 세워진 누정들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학문을 닦고 시를 읊으며 세속을 벗어나고자 했던 정신의 공간이었다.
이번 여정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진안의 누정을 찾아가는 길이다. 암굴 속에 자리한 수선루에서 시작해 쌍벽루와 쌍계정을 거쳐 효의 정신이 깃든 영모정·미룡정까지 이어진다. 계곡과 바위, 숲과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 속을 걷다 보면 왜 예로부터 진안을 '신선이 머무는 땅'이라 불렀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누정은 그저 경치를 바라보는 건축물이 아니다. 그곳에는 자연을 닮고자 했던 선비들의 풍류와 수양, 부모를 향한 효심, 그리고 세속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꿈이 깃들어 있다. 이번 탐방은 아름다운 산수를 만나는 여행인 동시에, 진안의 누정에 담긴 선비 정신과 삶의 철학을 따라가는 시간이다.
신선을 꿈꾸던 풍류의 공간 수선루
지난 11일 오전 10시, 초여름 햇살 아래 흰 구름이 유유히 떠 있었다. 잔잔한 구소의 수면에는 하늘과 숲이 선명하게 비쳤다. 바람이 거의 없어 물결도 잠잠했다. 물 위에 내려앉은 구름과 숲의 그림자는 실제와 반영의 경계를 지우며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산 중턱 바위굴 위에 자리한 수선루에 오르자 눈앞으로 섬진강이 유려하게 굽이쳤다.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서고, 앞으로는 강물과 들녘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놓는다. 마치 신선이 머무는 누각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다.
이곳은 이산구곡의 두 번째 경관으로 꼽힌다. 수선루가 섬진강을 굽어보는 하늘의 누각이라면, 그 아래 자리한 구소(龜沼)는 거북이 몸을 숨기고 쉬어가는 깊은 연못과 같다. 하나는 하늘을 향해 열린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물속에 잠긴 자연의 세계를 보여준다.
연안송씨 집안의 네 형제는 아버지와 그의 벗들이 바둑을 두고 시를 읊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이 누정을 세웠다. 누각에 오르면 섬진강과 주변 산세가 한눈에 펼쳐지고,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옛 선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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