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빠진 작가가 젊은 학생 글에 반해 벌인 일

유난히 더운 날씨 탓에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 산책을 마치고, 거실에서 놀이로 한참 분주하다 손주들이 낮잠에 든 고요한 시간을 이용해 영화 한 편을 틀었다. 류승룡 주연의 영화 <장르만 로맨스>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역시 류승룡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특유의 가식 없고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생활 연기는 보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관계의 본질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2021년 11월에 개봉한 대한민국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배우 조은지의 첫 상업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를 중심으로 전처와 아들, 친구, 그리고 제자까지 얽히고설킨 '오만가지 사생활'을 그려낸다. 최근 넷플릭스에 새로 업데이트되면서 다시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개봉 당시 영화 평단 역시 배우 출신 조은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에 호평을 보냈다. 단순히 웃기는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의 본질을 파고든 점을 높이 샀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패했거나 미숙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잔존 감정은, 웃음을 주면서도 이들과 다르지 않은 우리의 관계를 반추하도록 하는 묵직한 한 방이 있다."
김현이 보여준 '어른'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는 주인공 김현(류승룡 분)이 보여주는 '수용과 존중'이다. 유명 작가인 현은 재산도 많았고 명성도 있었지만, 정작 그것들이 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출판 봉쇄 수준의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한 자도 쓰지 못하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반의 남학생 유진(무진성 분)이 쓴 글을 읽고 깊은 감동 받는다. 현은 유진에게 함께 소설을 쓰자고 제안하고, 거장의 제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진이 이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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