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마을이 피어납니다

민트협동조합이 심는 것은 꽃이 아니라 관계였다
봄이 되면 아파트 화단에는 꽃이 핀다. 하지만 그 꽃을 누가 심었는지 기억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정원은 관리되고, 주민은 그 풍경을 지나칠 뿐이다. 마포구 아현동 자연학습장의 '봄봄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익숙한 풍경은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는 풀을 뽑고, 누군가는 흙을 만지고, 누군가는 꽃 이름을 적는다.
꽃보다 먼저 사람들의 손이 보인다.
민트협동조합은 식물을 키우는 조직이라기보다,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공간을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봄봄정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아름다운 꽃보다 함께 흙을 만지는 사람들이었다.
꽃보다 먼저 사람을 심는다
민트협동조합은 2021년 설립됐지만 이야기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일 만난 박신연숙 이사장은 도시농업을 시작한 계기를 이야기하면서 뜻밖에도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부터 꺼냈다.
"30대 초반에 독립해서 살면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퇴근하고 집에 와 새싹이 나온 걸 보고 물을 주면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것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구나'를 그때 처음 느꼈죠."
그에게 가드닝은 취미가 아니었다.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었고, 삶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바탕에는 더 깊은 생각이 있다.
"저는 자연을 소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와 사람을 대상화하는 태도가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주의가 성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것처럼, 생태 역시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저에게 여성주의와 생태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드닝은 그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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