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공급망을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세네갈 숲에서 잘린 로즈우드는 국경을 넘으며 감비아로 와서 합법적으로 수출됐다. 아시아 캄보디아 숲에서 잘린 나무는 국경을 넘어 베트남으로 와서 같은 세탁 경로를 거쳤다. 아프리카의 항구를 떠난 나무들과 아시아의 항구를 떠난 나무들은 이들을 비싼 값에 사 줄 중국 시장으로 향한다.
본 연재에서 주로 다룬 로즈우드 공급망은 두 갈래이다. 세네갈 → 감비아 → 중국, 그리고 캄보디아 → 베트남 → 중국(주1). 이처럼 '벌채 - 운반·수출 - 가공 - 소비시장'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공급망을 타고 돈이 계속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법벌채를 막고, 불법벌채로 인해 벌어지는 비리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돈의 흐름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공급망 각 단계마다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 불법벌채를 막는 단속은 꼭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단속하는 쪽이 목숨을 잃기도 하는 현실이다. 이는 비단 캄보디아에 국한된 사태가 아니라, 지구 전체에서 가치 있는 목재가 남아 있는 숲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건 볼 수 있는 비극이 되었다.
운반·수출 단계에서는 위조 서류로 원산지가 세탁되는 과정을 경계해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숲, 장소, 국가에서 온 원자재가 지나치게 값이 싸다면 불법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가공 단계에서 기업은 원자재를 사들일 때 자체적으로 실사를 실시해야 하고 이는 그들이 만들 물건이 향할 소비지가 있는 국가의 규제와 맞아 떨어져야 한다. FSC 등 산림인증을 취득하는 것은 매우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방법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09년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FSC 오디터로 일하며 자바섬에서 생산된 목재가 중국 칭다오를 거쳐 미국의 악기회사 깁슨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의 인증 심사에 참여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목재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규제에 맞추기 위해 FSC 인증을 취득하고 있었는데, 이는 공급망의 합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공급망의 가장 마지막에는 시장에서 목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있다. 앞에서 다룬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례에서 불법벌채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개선될 여지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공급망 개혁의 성패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공장은 값싼 원자재를 사서 목제품의 원가를 낮추기에 급급하고, 시장은 로즈우드가 어디서 왔건 간에 사 들여서 소비자에게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공급망에서 합법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소비자이고, 이들이야말로 세계 목재의 공급망을 지키는 최종 수비수라고 할 수 있다.
'공급망 관리의 연속성(Chain of Custody)'은 '숲 → 국경 → 항구 → 공장 → 시장 → 소비자'를 아우른다. 각 요소는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합법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급망 안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합법성의 관리가 연속될 수 없다면 결국 언젠가 숲은 다 사라지고 말 것이다.
로즈우드 공급망에서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에선 지난 20년 동안 목재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중산층은 로즈우드로 만든 홍목 가구를 소유하길 원하고 이 트렌드는 세계 여러 곳에서 로즈우드 불법벌채를 초래하게 되었다. 중국 시장의 수요는 로즈우드 공급망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고, 이는 숲을 보유한 국가의 취약한 거버넌스(현지 권력층의 묵인이나 국경 관리의 허점과도 같은), 기업의 탐욕, 국제 시장의 복합적인 이해관계 등과 얽히면서 공급망 전체를 왜곡했다. 그렇기에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전체 공급망 관리에서 필수적이다.
어떻게 소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인조털 시장의 인식 개선 사례를 참고해 볼만 하다. 한때 동물의 진짜 털을 사용한 모피를 두르는 것은 부의 상징이며 멋스러운 일인 때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동물의 진짜 털이 얼마나 동물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는가에 대한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인조 털로 치장하고 나오는 연예인들의 패션쇼 등이 등장하였다. 그러면서 동물의 진짜 털로 만든 모피 코트 등을 걸친 사람들은 야만적이라는 인식이 심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그들이 부자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몰인정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양산되기에 이르렀다. 인조털이 값도 더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더 쉬웠던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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