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읽기 좋은 시집과 산문집 4권

무더위와 함께 습기가 집안에 가득합니다. 정글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참아내는 것이 고역입니다. 아니, 참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에어컨을 켰습니다. 공포영화 속 사제가 성수를 뿌린 듯 집안이 상쾌해집니다. 이제 여름엔 '빙수'가 아니라 '에어컨'이라는 말이 적당합니다. 이렇듯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으니, 휴가철이 가까워져 왔음을 느낍니다. 올해 휴가는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보내면 좋을까요.
저는 작년 허리 수술을 한 이후, 직장을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집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가끔씩 북토크를 하며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하기에 올 여름휴가 기간도 여느 주말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저처럼 멀리 떠날 상황이 아니라면, 예쁜 카페에 자리 잡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때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을까요. 분명, 스마트폰일 것입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눈은 스마트폰을 보며, 복잡한 사회와 한 발짝 떨어지는 것입니다.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평소에 바빠서 보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이 기회에 몰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다만, 휴가철이니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시집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북토크에서 독자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하시는 얘기는 "시가 어렵다"입니다. 동의합니다. 제가 읽어도 어려운 시가 많습니다. 다만, 어렵지 않은 시도 많고,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극복할 수 있는 시, 읽고 나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시도 많습니다. 올여름 휴가철에 시집 한두 권 읽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혹은 북토크를 찾아 시인들의 얘기를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 산책>(독해 난이도: ●○○○○)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은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 산책>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산문집이지만, 여유가 없어 책과 한 발짝 떨어져 계셨던 분들이라면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이 산문집, 시집과 비교해도 아름다운 문체를 지닙니다. 한정원 시인도 누구보다 시를 애정합니다.
산문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아름다운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시는 '세사르 바예호'나 '낸시 우드의' 시입니다. 저는 이 두 시집 모두를 구입했습니다. 특히 낸시 우드의 시집 <바람은 내게 춤추라 하네>는 여름휴가 기간에 편안히 읽기에 좋은 시집입니다. <시와 산책>과 연결해서 읽으시면 더욱 좋으실 겁니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시시때때로 질투를 느꼈습니다. 나도 이렇게 산문을 써 보고 싶다고. 여러 번 써 보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시인의 산문집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언젠가 시인과 같은 산문집을 꼭 써 볼 요량입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올여름 휴가 기간에 꼭 읽어보세요.
"울타리를 지나서 바다 반대편 고사목 쪽으로 와. 일렁이는 가는 물줄기가 보이면, 푸른 나무에 둘러싸일 때까지 상류로 올라와. 해가 지는 쪽으로 물길을 따라오면 평평하고 탁 트인 땅이 나오는데, 거기가 나의 집이야." - '산책이 시가 될 때'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필사 시집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독해 난이도: ○○○○○)
독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나태주 시인의 시집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을 추천해 드립니다. 삽화도 예쁘고 시를 편안히 느끼시기에 좋은 시집입니다. 필사 시집이기에 시가 길지 않습니다. 눈으로 한번, 필사하면서 한번, 입으로 소리 내 다시 한번 더 읽어도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눈으로 읽었을 때와 필사하면서 읽었을 때, 내 목소리로 읽었을 때, 시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으실 것입니다.
"이 시집을 읽는 분들의 삶이 부디 가볍고 산뜻하게 바뀌기를,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소란한 세상에서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어른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나태주 시인 인사말 중에서
저는 시를 읽을 때 '소리 내 읽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눈으로 시를 읽으면, 나는 문장을 다 이해하면서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몇몇 단어나 문장들을 빠트리게 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눈으로 읽은 페이지를 목소리로 소리 내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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