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타났다' 곡 변경 요구 손해배상청구소송 변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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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을경 강상우 감독이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총연출을 맡아 행사를 준비하던 중, 행정안전부 쪽에서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를 다른 곡으로 바꾸라는 요구가 있었고, 결국 이랑의 공연도, 강상우 감독의 총연출도 무산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였습니다. 부마민주항쟁은 국가권력의 억압에 맞서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런 항쟁을 기념하는 국가기념식에서, <늑대가 나타났다>의 '늑대'가 VIP, 즉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이미 준비 중이던 공연의 곡을 바꾸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를 특정 권력자를 겨냥한 노래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당사자들에게도 이 사건을 문제 삼는 일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강상우 감독과 이랑은 모두 문화예술인이고, 앞으로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최하거나 지원하는 행사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것은, 이랑의 노래가 부마민주항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그 의미를 새롭게 전하려는 기획 속에서 선택되고 확정된 곡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곡 하나를 바꾸라는 요구 자체만이 아니라, 부마민주항쟁을 새롭게 전하려던 기획이 곡의 의미와 전혀 맞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공연이 좌절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처음 선택한 절차는 민사소송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국가와 공공기관이 부당한 이유로 예술의 내용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 위에서 만들어진 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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