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잊히지 않았다'... 식당마다 빈자리, 뭉클하다
미국에는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한 공휴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베테랑스 데이(Veterans Day, 11월 11일)라 불리는 재향군인의 날이고, 또 하나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이다. 베테랑스 데이가 참전군인의 날이라면, 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는 전사자 추모일이다.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건너온 후, 우연히 보게 된 짧은 영상이 계기가 되어 재향 군인 모자에 관심이 생겼다.
카페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직원의 영상이었다. 한국계로 보이는 직원이 한국전(6.25 전쟁) 참전 용사의 모자를 알아 보고, 그분 대신 커피값을 지불하며 감사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그러잖아도 미국 사회가 가진 '군인 존경 문화'에 감동을 받곤 했는데, 영상 속 직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감사의 표현은 하며 살고 싶어졌다.
한국전 참전군인이 입는 하늘색 제복
모자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며 부착된 마크나 상징도 하나씩 알아가고, 챙이 없는 모자를 '개리슨모'라고 부른다는 것, 모자 캡을 따라 '한국전 참전군인(KOREA VET)'이라 수놓은 모자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재향 군인 모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하나 더 있다. 베트남전에 비해 한국전 참전 용사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이 덜한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참전 규모나 기간, 대중문화에서 다룬 작품량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마지막 월요일(25일), 메모리얼 데이에도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 매년 메모리얼 데이에는 지역 사회와 지역 학교가 연합해 퍼레이드를 한다. 우리 아이들도 마칭 밴드 또는 봉사하는 클럽의 배너를 들고 매년 퍼레이드에 참여해 왔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꽤 많은 참전 용사분들이 행군을 하셨는데, 언제부터인가 작은 트레일러에 앉아서 퍼레이드에 참석하신다. 참석 인원도 많이 줄었다.
지난달 25일 오후, 우리 동네 퍼레이드를 촬영한 짧은 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서 응원을 보내던 촬영자가 트레일러에 앉으신 참전 용사 한 분께 "어느 전쟁에 참전하셨나요?" 하고 묻는 영상이었다. 참전 용사분은 크게 "한국전! (KOREAN WAR)"이라고 답했다.
나는 하늘색 재킷만으로도 한국전 참전 용사임을 알아보았었다. 짙은 색의 제복을 착용하는 다른 참전 용사와 다르게, 한국전 참전 용사만이 맑고 깨끗한 하늘색 상의를 착용한다. 눈에도 잘 띄고 여느 제복과 확연히 구분된다. 수십 년간 하늘색 상의를 입고 퍼레이드를 해 오셨을 텐데, 영상을 통해 이제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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