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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이 흐르는 전시, 가까이서 보면 또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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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이 흐르는 전시, 가까이서 보면 또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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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자 존 레논(1940~1980)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갤러리 솔라의 흰 벽과 천장을 따라 'Imagine'이 조용히 흘렀다. 한 곡이 끝나면 다시 같은 노래가 시작됐다. 전시를 위한 흔한 배경음악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김진수 작가(55)에게 왜 이 노래를 반복해서 틀어 놓는지 물었다.

"노래가 전하는 '상상하라'는 메시지가 제 작업과 맞닿아 있습니다.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마음 속에 떠올리는 일, 지나가 버린 시간과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다르지 않거든요."

지난 24일 찾은 김진수 개인전 <당신은 그 곳에 있었습니다>(오는 7월 1일까지, 갤러리 솔라)는 그렇게 음악과 그림이 서로의 의미를 이끌어주는 전시였다. 존 레논의 노래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게 한다면, 김진수의 그림은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 존재했던 사람과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멀리서는 색, 가까이서는 기억

전시장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색감이다. 붉은색과 주황색, 분홍색, 노란색, 연두색과 푸른색이 흰 벽을 나누어 차지한다. 강렬한 원색의 화면들이 이어지면서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색면 회화처럼 보인다. 반질거리는 흰 바닥에는 작품의 붉고 노란 빛이 어렴풋이 비친다. 하지만 김진수의 그림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다가갔을 때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작품은 노을이 번진 하늘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숲, 햇빛을 받은 제주의 오름처럼 보인다. 화면을 단순하게 가르는 색과 여백, 둥근 원의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작품 앞으로 몇 걸음 더 다가서면 넓은 색면이라고 생각했던 화면이 무수한 흔적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붉은 먹을 비롯한 여러 빛깔의 먹과 색이 한 번에 칠해진 것이 아니다. 작가는 작은 흔적을 한 땀 한 땀 쌓아 올리듯 화면을 채운다. 선과 점, 번짐과 긁힌 자국이 겹치면서 하나의 숲과 바람이 만들어진다. 멀리서 하나였던 풍경은 가까이에서 수많은 시간의 조각으로 흩어진다.

그 조각들 사이에는 작가가 숨겨 놓은 작은 존재들이 있다. 나뭇잎과 숲의 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슴이 모습을 드러내고, 뜻밖에도 영화 속 외계 생명체 'ET'를 연상시키는 형상도 발견된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존재가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난다. 관람객은 그림 앞을 그냥 지나가는 대신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옆으로 움직이고, 다시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이 숨은 형상들은 단순한 장난이나 '숨은그림찾기'에 머물지 않는다. 기억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방식과 닮았다. 오래된 기억은 처음부터 또렷한 얼굴로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색과 냄새, 나무 한 그루와 사람의 눈빛 같은 작은 단서를 통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김진수의 그림에서 풍경은 배경이 아니다. 누군가 살았고, 떠났으며,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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