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지기와 떠난 여름 상주 여행, 여기부터 갔습니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각자의 사정이 있어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아주 절친한 친구이거나 결이 맞는 지인들인 경우에도 시간을 맞추다 보면 일정이 꼬이기 십상이다.
50년 지기인 친구와 어긋나는 시간을 조율하고 또 조율하여 만남이 이루어졌다. 친구는 지난해 정년퇴직을 했다. 취미 생활을 하며 여유롭게 지내는가 했더니 지난달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는 평일에는 수업을 들어야 해서 주말밖에 시간이 없다고 한다. 나는 지난 6월 중순에 방학하여 친구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금까지는 친구가 항상 내 시간에 맞춰 주었다. 이번엔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이 없는 내가 친구의 시간에 맞추기로 했다. 그날이 바로 지난 18일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구미로 올라갈게."
친구는 만날 때마다 구미에서 대구로 내려왔다. 둘이 여기저기 돌며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 그 고마움을 알기에 이번엔 내가 구미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상주 경천섬에 가자."
친구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장소도 뚝딱 정했다. 성격 만큼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똑' 부러지는 '똑순이'임에 틀림없다. 성실과 부지런의 아이콘이다. 느릿느릿하고 누워있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다.
약속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오후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하필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만난 비는 진짜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러면 내일 구미에 어떻게 가지?' 걱정 인형을 끌어안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언제 비가 왔는지 모를 정도로 날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친구와 데이트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상주 '경천섬'으로
한 시간 정도 차를 운전하여 친구 집에 도착하였다. 내 차는 주차하고 친구 차로 갈아탄 다음 상주로 출발하였다. 만난 시각이 정오였으니 배도 출출한 참이었다. 먼저 밥을 먹자며 데리고 간 곳은 삼거리국밥집이라는 낙동강 변에 있는 작은 시골 식당이었다.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국밥을 시켰다. 지금까지 먹어본 국밥 중 으뜸이었다.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잡냄새가 나지 않는 맛,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을 정도로 담백한 맛이었다.
국밥을 한 그릇 뚝딱 비워내고 차를 타고 간 곳은 '삼백'의 고장 상주였다. 대구 경북에 살지만, 상주는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지역 특산물을 공부할 때 얼마나 달달 외웠던가. '삼백'은 상주의 세 가지 하얀 보물인 쌀, 누에, 곶감을 말한다. 쌀과 누에는 흰색이다. 그런데 곶감 자체는 주황색이지만 건조 과정에서 겉면에 흰 분이 하얗게 내리기 때문에 삼백에 포함된다고 한다. 경상도의 '경'은 경주, '상'은 상주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낙동강의 수려한 자연을 품은 경상도의 뿌리 같은 도시다.
"여기가 섬이야."
바다도 아니고 강에 섬이 있다니 보고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옆에서 말해 주지 않았다면 섬인지 육지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원래 경천섬은 상주 주민들에게는 '오리섬'이라 불리던 자연적인 모래섬이었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의 물길을 따라 쌓인 고운 모래톱과 수풀이 어우러져 흑두루미나 고니 같은 철새들이 쉬어가던 자연 습지 형태의 섬이었다. 2009년부터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주변에 상주보가 들어서고 강 수위가 올라가면서, 수몰 위기에 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주시가 그 모래섬을 정비하여 약 20만제곱미터(약 6만 평) 규모의 인공 하중도 형태인 생태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친구와 예쁘게 꾸며 놓은 경천섬을 산책 삼아 한 바퀴 돌았다. 그 땡볕에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하하호호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여름에 왜 저렇게 힘들여 자전거 페달을 밟는가 의아했지만, 그 생각은 잠시였다. 나 역시 그 나이 때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보다 노는 걸 좋아했지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오후 두 시의 햇볕은 정수리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머리부터 흘러내리기 시작한 땀은 눈으로 코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땀이 코로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도 소용없었다. 손수건을 쥐어짜면 소금물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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