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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없이 낙태 약물 허용? 여성 건강권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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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법률적 충돌과 여성 건강권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왓다.

국민의힘 소속 조배숙·김미애·백종헌·안상훈·서명옥·한지아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로 '이재명 정부의 낙태약물 무법적 허용의 문제점' 긴급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대체 입법 시한을 넘기며 후속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1월 1일을 기해 낙태죄는 공식 폐지됐지만 세부 법령이 없는 탓에 의료 현장과 여성들은 여전히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아직 국내 정식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인 '미프진'을 직접 언급하며 대책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를 맡은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법 개정없이 낙태 약물을 허용할 경우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낙태를 암시하는 문서나 도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약사법과 충돌할 수 있고 의약품 품목 허가 과정에서 관련 입법이 없으면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의사 재량에 따라 낙태 약물을 허용하면 합리적 기준 부재로 의료사고 책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만삭낙태, 약물낙태 등 모든 종류의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회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제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입법을 해서 그에 따라 규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법이나 모자보건법 등 법 개정 없이 행정적 조치로 약물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하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 그리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조화를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헌법적 질서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은혜 순천향의대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행 의료제도 하에서는 낙태 약물이 허용되더라도 접근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WHO(세계보건기구)는 복용 후 불완전 유산, 감염, 과다출혈 등 응급상황에 대비해 인근 의료기관과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민형사상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만은 기피하면서 약물 낙태는 하겠다는 산부인과 의사가 전국에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외·산·소 등 최종진료과의 공급이 취약해 응급실 뺑뺑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낙태 약물만 덜컥 허용한다면 여성 건강권은 자기결정권 앞에서 공중분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지영 이화여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낙태 약물 위험성에 대한 해외 연구를 소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2000~2006년 핀란드에서 임신 63일 이하에서 시행한 4만2619건의 낙태를 분석한 결과 약물낙태군은 수술낙태군 대비 전체 합병증 발생률이 약 4% 높았다. 또 미국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약 86만건의 보험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물 낙태 여성 10.9%가 중대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장 교수는 "여성의 인권과 건강을 논의할 때에는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낙태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삶에 미치는 영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여성의 권익은 더 쉬운 낙태를 통해서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여성과 태아 모두의 생명과 존엄을 보호하고 여성이 낙태로 내몰리지 않도록 낙태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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