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가치추구 vs. 효용(이익)선거 서로 "우리가 이겼다"
출구조사는 틀렸고, 강남은 틀리지 않았다
6월 4일 새벽은 이상한 밤이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는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5.4%포인트 앞선다고 예측했다. 개표 초반까지도 민주당 진영에서는 기대감이 흘렀다. 하지만 새벽 2시를넘기면서 숫자는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종 개표 결과 오세훈은 2,575,819표(49.22%), 정원오는 2,515,560표(48.07%)를 각각얻었다. 격차는 6만259표, 불과 1.15%포인트였다. 이 역전을 만든 숫자는 강남 3구에서 나왔다. 강남구 65%, 서초구 64%, 송파구 51% — 이 세 자치구에서 오세훈은 압도적 우위를 가져갔다.
MBC 정치분석가 윤희웅은 선거 당일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30대 여성의 부동산·주거 이슈가 실리적 자산 투표로 이어졌다. 강남 일부 동에서 투표율이70%를 넘었는데, 이 표심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잘 포착되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한 표심이 실제 투표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같은 투표함에서 나온 두 가지 선택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분할투표'다.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7곳, 국민의힘은 8곳을 차지했다. 4년 전 정반대였던 구도가 이번에 뒤집혔다.
같은 유권자가 민주당 구청장 후보와 국민의힘 시장 후보를 동시에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손에는 정권심판표를, 다른 손에는 서울시 부동산 관리를 맡길 후보표를 나눠 든 셈이다.
이 분할을 "단순한 부동산 욕망"으로 규정하면 오독이다. 한국외대 이재묵 교수는 지난 5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선거에선 부동산 이슈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현재는 다른 변수가 많아서 부동산 이슈가선거를 압도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즉, 부동산이 선거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결정적 소수'를 움직인 것이다. 오차 범위 안팎을 오가는1.15%포인트 차이에서, 그 소수의 이동이 결과를 바꿨다.
학계 연구는 이미 이 패턴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숭실대 신정섭 교수는 2022년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유주택자는 윤석열 후보, 무주택자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집이 있느냐없느냐' 자체가 정치 성향을 가르는 변수로 작동했다."
중앙대 전명진 교수는 2024년 논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7~2021년 행정동별 분석 결과, 주택가격 변화액이 600만원 이상 될 때 지지 정당 후보를 민주당에서 보수당으로 바꾼 행정동의 빈도가 높아졌다."
재건축 기대가 높은 강남 노후 아파트를 떠올려보자. 엘리베이터가 수시로 고장 나고, 빗물이 새고, 주차 자리를 두고 주민끼리 다투는 그 건물에 사는 사람의 표심은 단순히 "집값을 더 올리고 싶다"는 욕망만이 아니다. 당장 내일 아침 안전하게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지극히 평범한 주거 욕구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표를 '효용이나 이익 실현의 정치'로만 보면 그 절반의 진실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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