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던 땅이 세계유산이 되다

지금 부산에서는 제48차 UNESCO 세계유산위원회 회의(7월 19일~29일)가 한창이다. UN 산하기구인 UNESCO(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발전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기구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지정해 보전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종묘, 불국사·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등 17개 문화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 등 2개 자연유산을 보유해 왔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일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를 부산에서 개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의 등재 여부를 심사하고, 보존 상태가 미흡한 유산은 등재를 취소하기도 하는 엄격한 기구다.
천대받고 파괴되던 '쓸모없는 땅'
우리나라 갯벌은 대표적인 UNESCO 세계자연유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은 독일·네덜란드·덴마크에 걸친 와덴해 갯벌, 중국 보하이만 갯벌, 그리고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뿐이다. 지난 2021년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온 국민이 감격했던 이유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매립해 논으로 만들거나 공장을 세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개발 논리가 지배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도 간척이 이뤄졌지만 장비 부족으로 규모가 작았다.
갯벌 수난사가 본격화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일제는 군산, 김제, 목포 등 서해안 갯벌을 대규모로 간척해 수탈의 기반으로 삼았다. 광복 이후 1970~1980년대에는 토목장비의 발달과 함께 계화도 간척사업 등 대단위 개발이 잇따랐다.한국 갯벌 면적의 변화 추이 (해양수산부)
ㆍ1987년: 3,203㎢
ㆍ2008년: 2,489㎢
ㆍ2018년: 2,482㎢
ㆍ2023년: 2,443㎢ (전 국토의 약 2.5%, 서해안에 83.8% 집중)
수도권과 가까운 인천 송도, 시흥, 안산 등은 갯벌을 메워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충청·전라권 갯벌은 농경지나 산업단지로 변했다. 강하구를 막아 인공호수를 만들고, 폐유조선으로 물살을 막아 방조제를 쌓은 서산 부남호의 '유조선 공법'은 당시 갯벌을 쌀로 바꾸는 것이 애국이라 믿었던 시대상을 보여준다.
1991년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 새만금 사업은 환경파괴 논란 속에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2006년 대법원 판결로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됐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15년이 걸리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갯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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