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동네에만 폐기물 시설이 들어오지? 이것 때문입니다

어느 날 집에서 500미터 떨어진 야산에 하루 99톤을 태우는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추진되기 시작한다. 당신은 알 길이 없다. 행정에도, 사업자에게도 알려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인허가 서류는 군청 안에서 조용히 돌고, 낯선 공사 차량이 마을 어귀를 드나들기 시작한 뒤에야 당신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챈다. 부랴부랴 대책위가 꾸려지지만, 인허가 절차는 이미 마무리된 뒤다.
아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충남 예산 조곡리 주민들은 SK에코플랜트와 예산군이 양해각서를 맺고 2년이 지나서야 '자원순환시설'의 실체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상 산소가 산업단지에 편입된다는 공문을 받아 든 80대 어르신 덕분이었다.
전북 정읍 옹동면에서는 한 주민이 우연히 면사무소에 들렀다가 설명회가 열린다는 낌새를 챘고, 충북 괴산 대기마을의 김용자 이장은 군청 홈페이지를 이 잡듯 뒤져 '산업단지'의 실체가 폐기물매립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공문 한 장, 우연한 방문, 개인적 제보. 주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을, 재수가 좋아야 겨우 알 수 있었던 셈이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묻는다. 왜 이런 일이 전국 어디에서나 판박이처럼 반복되는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된다
난개발은 언제나 주민이 모르는 곳에서 출발한다. 대도시와 산업단지가 쏟아낸 산업폐기물에는 발생지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쓰레기는 땅값이 싸고 목소리가 작은 면 단위 농촌을 찾아간다. 영리기업에 농촌의 매립장과 소각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고, 그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정작 그 옆에서 살아갈 주민들은 결정 과정의 바깥에 밀려나 있다.
통계를 보면 이 흐름이 선명하게 잡힌다.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의 '웨이스트 아틀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민간 매립장에서 처리된 산업폐기물의 36.9%(148만 8천 톤)가 경상북도에 묻혔다. 경주시 홀로 한 해 59만 8천 톤을 받아냈고, 자기 지역에서 발생하는 양의 40배에 달하는 의료폐기물을 받아 태우고 있었다. 고령군은 연간 폐기물 10만 톤 중 8만 8천 톤이 대구에서 넘어오는 '쓰레기 식민지'와 다름없었다.
왜 하필 경북일까. 환경영향평가법은 시도가 조례를 만들면 평가 대상을 법령 기준의 절반까지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웃한 경남은 이 조례를 두고 있고 경기와 제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북에는 환경영향평가 조례 자체가 없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기준만 적용되니, 그 문턱 아래의 시설들은 검증 한 번 받지 않고 허가를 받는다. 규제가 허술한 곳으로 폐기물이 몰려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번번이 뒤늦게 아는가. 우선 주민에게 알리는 절차 자체가 없다. 동네에 폐기물 매립장이 추진되어도 주민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예산 주민들의 항의에 담당 공무원이 내놓은 답은 "군청 홈페이지에 다 고시했습니다"였다. 고령의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홈페이지 고시란 사실상 보지 말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그마저 '산업단지'니 '자원순환시설'이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쓰고 있어, 도대체 무엇이 들어서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인허가를 심의하는 회의실도 닫혀 있다. 사업자는 '사업 설명'을 명분으로 회의장에 들어가 발언할 수 있지만, 그 시설을 평생 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주민들은 회의가 열리는 날짜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다. 정읍에서 산지관리위원회의 현장 점검 일정은 당일 아침에 기습적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항의 끝에 가까스로 참관하지 못했다면, 위원들은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업체의 말만 듣고 심의를 끝냈을 것이다.
제도의 구멍도 크다. 현행법은 하루 100톤 이상을 태우는 소각시설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정해놓았다. 그러니 업체들은 일부러 99톤짜리 허가를 신청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고형연료(SRF)를 태우는 시설은 재활용 시설로 분류되어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진다. 굴뚝에서 나오는 것은 100톤이든 99톤이든 매한가지인데, 숫자 하나가 변했다고 검증 절차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결말은 어느 지역에서나 닮아 있다. 이익은 업체의 몫, 피해는 주민의 몫, 뒷수습은 행정의 몫이 되는 악순환이다.
경기 화성시 우정읍의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민간 업체에 매각된 뒤 업체가 파산하면서 방치되다 2014년 결국 화성시가 사들였고, 매립이 끝난 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침출수 처리에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경북 성주군에서는 2013년 들어선 매립장 업체가 4년 만에 매립장의 97%를 폐기물로 채운 뒤 부도를 내고 떠나버렸다. 2025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렇게 업체 부도로 버려진 매립장이 최근 15년간 전국에 7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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