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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휠체어 이용자에게 빗소리는 '고립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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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면 휠체어를 탄 나의 일상은 180도 뒤집힌다. 남들에게는 계절의 낭만일 수 있는 빗소리가 나에게는 '고립의 전조'로 들리는 이유다. 횡단보도에 고인 물웅덩이는 내 바퀴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경사로를 타고 흐르는 빗물은 바퀴를 미끄러뜨려 이동 자체를 망설이게 만든다. 특수교사인 나는 오늘도 이 비를 뚫고 학교로 향하지만, 이동이 어려운 나의 학생들에게 오늘 같은 날은 등교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적 단절'의 날이다.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 재난은 이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재난의 무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비장애인에게 비는 피할 수 있는 날씨일지 모르나, 휠체어 이용자에게 찰랑거리는 몇 센티미터의 물과 무심한 계단 하나는 생사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이동이 자유로운 사람은 위험을 피해 대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재난은 곧 고립과 생존의 위협으로 직결된다.

​2022년 여름, 관악구 반지하 침수 참사는 우리 사회에 재난 취약계층의 현실을 뼈아프게 각인시켰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 약자를 위한 여러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허탈할 뿐이다. 여전히 모든 논의는 피해가 발생한 뒤에 이루어지는 '사후 수습'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고 나서야 복구하고, 지원금을 쥐여주고, 사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 그것은 대책이라기보다 면피에 가깝다. 반복되는 재난 앞에서 사후약방문식 처방은 답이 될 수 없다. 진짜 대책은 재난이 터지기 전,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전 대비에 있다.

​학교 현장은 더 절박하다. 등교 길에 쏟아지는 폭우를 보며 장애 학생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특수교사에게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학부모님으로부터 '오늘은 아이가 혼자 등교하기 어려울 것 같아 쉬겠습니다'라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 그 연락 속에 담긴 것은 단순히 날씨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우리 도시가 장애인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뼈아픈 고백이다.

학교는 장애 학생을 포함한 구체적인 대피 계획을 갖추어야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의 매뉴얼에 머물러 있다. 단순히 대피소를 지정해놓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이동 약자가 실제로 그곳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는지 현장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할 수 없는 계단뿐인 대피소는 무용지물이며, 장애 학생을 배제한 학교의 안전 계획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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