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만 늘리면 해결될까? 부족한 건 '기다릴 곳'이다

'화장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겨울철이나 감염병 유행 시기면 예약이 며칠씩 밀리고, 일부 유족은 다른 시·도로 '원정 화장'을 떠난다. 그때마다 나오는 해법은 한결같다.
'화장장을 더 지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화장로 숫자만 늘리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화장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화장을 기다리는 동안 고인을 모실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숫자로 확인되는 병목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화장률은 2005년 매장 비율을 처음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에는 89.9%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94.4%까지 상승했다. 화장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다.
문제는 시설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사망자는 30만 4948명에서 35만 8569명으로 1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화장로는 359개에서 400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망자 증가 속도가 시설 확충 속도를 앞선 셈이다.
지역별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 2024년 수도권 사망자는 14만 8031명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했지만, 수도권 화장로는 103개로 전체의 25.8%에 불과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화장장은 단 두 곳, 화장로는 34기뿐이며, 수도권 전체로 넓혀도 화장장은 7곳에 그친다. 서울시민 절반이 화장 예약에 밀려 4일장을 치르고, 이용료가 10배 비싼 지방까지 원정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이 불균형은 실제로 유족의 지갑에서 확인된다. 거주 지역 밖 화장장을 이용할 때 평균 비용은 65만원으로, 거주 지역 내 비용 10만 원의 6.5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 격차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서울신문>이 2025년 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해 1월 3주 차 3일 차 화장률이 42.3%로 급감했고, 수도권 화장로 비율은 26.5%에 불과한데도 시신 화장 건수는 39.2%를 차지했다. 최근 자료를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집계 기준 2025년 전국에서 사망 후 3일째 화장을 마친 비율은 75%대에 머물렀고, 서울은 69.6%, 경기는 63.1%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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