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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포기 각서 받고 잠 못 들던 엄마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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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포기 각서 받고 잠 못 들던 엄마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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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노동 상담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엄마 때문입니다. 엄마는 평생을 식당 일을 했습니다. 15년 전 경기도의 어느 관광 호텔에서 '찬모'로 불리는 조리사 보조 일을 했습니다. 예식장을 겸하는 호텔에서 숙박객과 하객들의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숙박객의 아침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같이 출근했습니다.

새벽 별 보며 출근해 밤에 달 보며 퇴근한 엄마한테 날아온 것

사업주인 호텔 회장은 찬모님의 음식 솜씨가 좋다며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근로 계약으로 정하지도 않았던 교대 근무 직원들 밥까지 챙겨 달라 부탁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요. 엄마는 그렇게 새벽에 별을 보며 출근해 밤에 달을 보며 퇴근할 만큼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은 엄마를 불러 사직서를 내밀었습니다. 퇴직금 포기 각서가 뒷장에는 담겨 있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 엄마를 비롯한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줘야 해 사업주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가장 경력이 높은 엄마를 자르고 신입 찬모를 채용하기로 정한 겁니다.

생계가 막막한 엄마는 고민해 보겠다고 했지만, 회장은 지금 사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주방 일을 하는 동안 남은 음식과 식재료를 집에 가져간 엄마의 행위를 절도죄로 고소하겠다 협박했습니다. 당시 그 사업장에서는 조리 책임자가 남은 음식들을 집에 가져가는 걸 허락해 줬습니다.

동료들까지 처벌 받을까 두려웠던 엄마는 퇴직금을 포기하고 수년 간 정들었던 호텔을 그만뒀습니다. 적당히 현실에 타협할 나이의 엄마였지만, 그 상황이 쉽사리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했습니다. 일이야 새로 구하면 되지만 엄마는 분노와 허탈감에 며칠 밤을 잠을 못 자고 뒤척였습니다.

차마 어쩌지 못하는 억울함, 몸을 갈아 넣고 감정을 소진해 가며 일을 하고 그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못 받는 일은 이처럼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저는 이리저리 근로기준법 내용을 뒤져가며 진정서라는 걸 처음으로 썼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이미 제공한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인 임금은 퇴사 후 14일 이내에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인 퇴직금을 사전에 포기하기로 정한 각서도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도 알았습니다.

억울한 사건의 경위와 사용자의 법 위반 사항을 담아 절절하게 작성한 진정서를 들고 엄마는 일하던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을 찾았습니다. 쭈뼛거리며 민원실을 찾는 엄마에게 어느 여성 근로감독관이 어떻게 오셨느냐 친절하게 물었고 엄마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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