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마디에 "유레카"... 지자체 최초 '수어하는 캐릭터' 탄생기

2025년 1월, 설렘 반 긴장 반으로 광진구수어통역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만 해도 내 머릿속은 낭만으로 가득했다. 천 조각을 정성스레 이어붙이던 퀼터이자, 모니터 위에서 선과 면을 조율하던 편집디자이너로, 그리고 2011년부터 현장을 누벼온 청각장애인통역사로서의 '직업병'이 또 발동한 것이다. 광진구의 초성을 딴 지문자 'ㄱ'과 한강의 배를 형상화한 멋들어진 센터 로고 스케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농사회에서는 귀로 소리를 듣는 사람을 '청인',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을 '농인'이라 부른다. 단순히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료적 시선을 넘어, 수어라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삶의 주체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까닭이다. 청인들의 세상 속에서 농인 센터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나의 도전도 여기서 시작됐다.
하지만 현실 행정의 세계는 쉴 틈 없는 야전이었다. 눈 떠보면 일정이 몰아치고, 정신 차려보니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야심 차게 그린 로고 스케치는 빛도 못 본 채 서랍 속에서 잠들었고, 마음 한구석엔 '센터장으로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묵직하게 남았다.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온 2026년 새해. 멈춰 있던 스케치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곁을 지켜준 든든한 동료들이었다.
이정현 수어통역사와 추호성 과장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에게 찾아왔다.
"센터장님, 아예 광진구청의 대표 마스코트인 '광이'와 '진이'가 수어를 하는 모습을 구현해 보면 어떨까요?"
이 한마디에 유레카를 외쳤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캐릭터가 수어를 하게 만든다면, 이보다 강력한 소통의 창구가 어디 있겠는가. 곧바로 광진구청 홍보담당관실의 문을 두드렸고, 구청 측의 흔쾌한 승인으로 '전국 최초 수어하는 지자체 마스코트' 프로젝트가 돛을 올렸다.
이 자리를 빌려 농사회의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협조해 준 광진구청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분들께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구청 소식지에서는 거절당했지만... '반전'은 SNS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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