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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아니다... '반가사유상'으로 그린 '불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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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아니다... '반가사유상'으로 그린 '불이의 세계'

이종구는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소외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고, 대추리 평화 예술 프로젝트와 탄핵 촛불집회 등 역동적인 현대사의 현장을 누벼온 작가다. 그러나 그의 인생 후반을 보여준 <사유(思惟: Pensive)>전은 학고재 본관과 학고재 오룸(온라인)에서 20일(토)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2~2026년 사이에 작업한 38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정치·사회적 현실을 날카롭게 시각화해 온 작가는 최근 팬데믹과 정년퇴임, 투병을 겪으며 삶의 전환을 맞는다. 이후 사찰 순례와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몸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평생 견지해 온 현실 비판적 시선을 인간 존재와 생명의 근원에 관한 성찰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그의 작업은 사회적 문제 자체보다 삶과 죽음, 생명과 평화 등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는 더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최근 그는 중앙박물관을 다니면서 더 가까워진 반가사유상을 통해 사유의 전환기를 맞는다. 이는 단순한 불상이 아니라 사유하는 존재의 상징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뜻한다. 작가는 전쟁과 폭력과 고통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도 세상을 고요히 응시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했다. 과거 농촌의 현실을 응시하던 시선이 이제는 인간과 자연, 생명과 우주로 향한 셈이다.

'불이(不二)'사상과 '몸의 사유'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은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이다. '불이'는 문자 그대로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너와 나, 생과 사, 선과 악, 인간과 자연 등 대립적으로 보이는 존재들이 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화폭 속 반가사유상과 거친 세속 풍경(물결, 불꽃, 군중, 병든 육체)의 병치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실체임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불이(不二)'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그림이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도 지정된 추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다. 이 난초 그림에는 추사의 불교적 세계관이 담겨있다. 여기서 추사는 그림과 선(禪)이 둘이 아님(불이)을 밝힌다. 이번 전시가 언급하는 불이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이 전시의 핵심어는 '사유'다. 그런데 그가 생각하는 사유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자주 등장하는 나체도 단순한 인체 표현이 아니라 성(聖)과 속(俗), 초월과 현실, 정신과 물질이 그 경계를 뛰어넘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이다. 병들고 늙는 신체의 경험과 기억이 삶을 이해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식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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