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미군 예산보다 많이 썼다…빅테크, AI 1080조원 과잉 투자 '경고음'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을 대규모 빚으로 충당해 온 주요 기술 기업들의 재무 위험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라클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까지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이 지난 7월 9일 오라클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다. 오라클은 주식시장에서도 타격을 입었다. 팩트셋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계산에 따르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지분 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약 2300억달러(약 311조원) 줄었다.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끌어내린 배경에는 AI에 대한 막대한 지출이 있다. NYT에 따르면 오라클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채권 발행 규모를 계속 늘려왔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이들 5개 기업은 올해 AI 투자에만 8000억달러(약 1080조원) 이상을 썼다. 2027년까지는 추가로 1조2000억달러(약 16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지출 규모가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추산한 2027년 미군 예산 요청액 9610억달러(약 1297조원)보다는 적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들 기업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비용이 아닌 자본 지출로 분류하고 있다. 현행 회계 규정상 지출 대부분이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NYT는 이런 낙관적 전망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오라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의 총자본지출은 이미 자유현금흐름을 넘어섰다. BofA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운영되던 이들 기업이 이제 엑슨모빌, 셰브론 같은 전통 화석연료 기업만큼 자본 집약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은 이런 위험을 반영해 프리미엄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오라클과 아마존 채권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스페이스X 채권도 투자등급임에도 정크본드 수준의 파산 매각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더블라인의 마리아 엔티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재무적으로 오라클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S&P 글로벌은 오라클이 오픈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수익 상당 부분이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AI 스타트업에 연동돼 있는데, 이들 스타트업 역시 차입 자금과 벤처캐피털 투자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Bof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수석 주식전략가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을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시기에 비유했다. 그는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과거 인터넷 기업들보다 견고한 사업 모델을 갖췄다면서도 막대한 차입 수요는 "다소 불안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레버리지와 자본 집약도"를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주가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과감한 AI 투자에서 발을 빼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5대 데이터센터 기업 중 4곳이 올해 S&P500 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라클 주가는 지난 금요일까지 35% 넘게 떨어지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반면 알파벳 주가는 10.8% 오르며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알파벳은 재무 건전성이 오라클보다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알파벳도 채권 발행과 함께, 기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는 추가 주식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상장한 스페이스X는 차입금으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수익이 없는데도 주가는 치솟았다. 팩트셋에 따르면 내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82배로 S&P500 평균 기업보다 6배 높다. 이번 주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스페이스X 급락 하루 전에는 IBM 주가가 25.2% 급락했다. 1960년대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서한에서 "우리는 자본 지출 재조정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탓에 IBM 같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에 돌아갈 자금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NYT는 AI가 중요한 기술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19세기 철도나 닷컴 시대 인터넷 기업들처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뒤에는 많은 패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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