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됐고 애들 쉬는시간 늘려달라"…美 학부모들, 한국하곤 다르네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성적을 올려달라는 게 아니다. 미국 학부모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건 다름 아닌 '쉬는시간'이다.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돌려달라며 학부모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줄어든 쉬는시간을 되살리자는 학부모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성적 향상 압박에 밀려 쉬는시간이 점점 짧아진 데 대한 반발이다.
간호사 캐스린 트루먼은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한 뒤 하루 쉬는시간이 겨우 20분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이후 다른 부모들과 함께 테네시주 전역에서 쉬는시간 확대 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지난해 초등학교에 하루 최소 40분의 쉬는시간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트루먼은 현재 중학교까지 쉬는시간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20개 주에 지부를 둔 비영리단체 '세이 예스 투 리세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수학과 읽기를 잘하길 바라지만,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는 쉬는시간에 결정된다"며 "쉬는시간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움직임은 테네시주에 그치지 않는다. 뉴햄프셔주와 미시간주에서도 학부모들의 요구로 일부 학교가 쉬는시간을 늘렸고, 이를 의무화하는 주 법률 제정도 추진 중이다. 뉴욕에서는 교원노조가 지지하는 '초등학교 하루 최대 30분 자유 놀이시간 보장' 법안조차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시간주의 샤넬 탤버트도 하루 7시간 학교생활에 지친 딸의 모습을 보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탤버트와 다른 부모들은 하루 최소 60분의 쉬는시간을 요구하는 청원을 벌여 1300명 넘는 서명을 받았다. 다만 실제 주의회에 발의를 추진 중인 법안은 60분이 아닌 40분이다.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쉬는시간이 원래 이렇게 짧았던 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오전과 오후 쉬는시간은 미국 학교의 당연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험 성적 향상 압박이 커지면서 읽기와 수학 수업을 늘리는 대신 쉬는시간을 줄이거나 없애는 학교가 늘었다. 대부분의 주가 최소 수업시간만 규정하고 쉬는시간은 따로 정하지 않은 탓도 크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지난 5월 초등학교에 국한했던 쉬는시간 권고를 중·고등학교까지 넓혔다. 하루 최소 20분 이상의 쉬는시간을 한 번에 몰아주기보다 여러 차례로 나누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학회 설명이다.
AAP 연구원 캐서린 램스테터는 "쉬는시간은 아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어른들은 놀이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되,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도록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가 향하는 곳은 핀란드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경제포럼(WEF), 유니세프(UNICEF)가 매긴 세계 아동 교육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형평성과 행복, 웰빙, 배움의 즐거움을 교육의 기초로 삼는다는 게 핀란드 교육의 특징이다.
핀란드에서는 "아이는 아이답게 두라"거나 "아이의 일은 노는 것"이라는 말이 부모와 교사들 사이에 널리 통용된다. 미국인 학부모 윌리엄이 현지에서 만난 한 핀란드 어머니는 "여기서는 아이에게 야외 놀이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좋은 부모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윌리엄의 7살 아들은 횡단보도 6개와 번화한 도로 2곳을 혼자 건너 등교하는 법을 학교에서 배웠다.
윌리엄의 아들이 다니는 핀란드 학교에서는 날씨와 상관없이 수업 시간마다 15분씩 야외 휴식을 갖는다. 학교장 헤이키 하포넨은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면 뇌가 더 잘 작동하고, 그러면 수업 집중력도 높아진다"며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시작됐다. 뉴햄프셔주 패밍턴의 밸리뷰 커뮤니티 스쿨은 올해부터 등교 시작 시간을 10분 늦추는 대신, 오전 7시30분부터 25분간의 아침 쉬는시간을 새로 마련했다.
마크 댕고라 교장은 하루 총 쉬는시간을 50~55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수업 시간이 조금 줄었지만 지금까지 학습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며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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