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놀이터가 돼 버린 곳, 이 코스 걸을 때는 조심하세요
지리산둘레길은 3개도(경남, 전남·북), 5개시군(하동, 산청, 함양, 남원, 구례)에 걸쳐 있으며, 21개 구간에 길이는 289.4km에 이른다. 지리산둘레길은 사단법인 숲길에서 관리운영하며, 매주 토요일 '토요걷기'를 하고 있다.
2026년도 첫 토요걷기는 지난 3월 14일 수철~동강 구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딱 절반을 걸었다. 경남 산청에서 시작한 길은 전북과 전남을 지나 경남 하동으로 넘어가고 있다. 하동은 21개 구간 중 제일 많은 7개 구간이 있고, 난이도 또한 다른 데 보다 힘이 드는 구간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5월 23일, 11회 차 지리산둘레길 송정~가탄 구간 토요걷기는 송정마을 화개중학교에서 시작됐다. 이 구간은 10.6km로 두 군데 급경사 구간을 넘어야 한다. 대부분 숲속길이라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어 걷기에 편하다. 탁 트인 조망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육신의 피로를 덜게 해 주는 청량제 역할을 다한다.
깊은 산 속 자리한 묵답을 보노라면, 옛 조상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가탄마을에서 약 1.9km 떨어져 있는 작은재는 경남과 전북의 경계로 지리산둘레길이 전북에서 경남으로 지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송정마을에서 한수천을 건너니 시작부터 급경사다. 숨이 차고 다리가 뻐근하다. 선두는 잘만 걷는데 자꾸 처지는 느낌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그나마 피로를 들게 해 준다. 소나무 한 그루가 붉은색 단풍으로 물들었다.
단풍이란 말을 들은 한 회원이 슬며시 웃으며 표현이 좋단다. 알고 보니 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다. 산 여기저기 붉은 색 소나무가 많아 보인다. 수년 전 전국 산으로 번진 붉은 소나무는 도로를 달리면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끈질긴 방역과 예방 활동으로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재선충 소나무 숲을 다시 보게 된 점이 아쉽다.
지리산둘레길 가장 힘든 구간... 두 군데 급경사 오르막길
지리산둘레길은 중간 중간 쉼터를 조성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도 설치해 놓았다. 언덕이 있는 데는 돌담을 쌓아 흙이 흘러내리지 못하게 하고, 빗물이 모이는 곳은 수로까지 만들어 놓았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사단법인 숲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시간 10분을 걸어 목아재에 도착했다. 목아재는 구례군 토지면 하리에서 신기마을로 이어지는 임도길이 조성돼 있다. 북쪽으로 약 2.5km 지점은 신기마을 피아골오토캠핑장이고, 남쪽으로 3.7km를 걸으면 하리 국도 19호선이 나타난다. 목아재에서 열한 번째 스탬프를 찍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목아재부터는 평탄한 길과 짧은 오르막길이 반복되고, 기촌마을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목아재에서 약 50분을 걸으니 어둠에서 광명의 세상으로 나온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산 아래로 펼쳐진 섬진강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광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전라도와 경상도를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긴 강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하여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잠시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 정신 줄을 놓고 있을 즈음, 발걸음을 재촉하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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