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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산단, 공장만 온다? 이걸 가져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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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산단, 공장만 온다? 이걸 가져야 성공한다

최근 한국의 비수도권은 다시 거대한 첨단산업 유치 경쟁의 한가운데 놓였다.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독점형 첨단산업의 성장 동력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고 재배치하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지역균형발전을 더 이상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AI·반도체 같은 전략산업의 공간 재편 문제로 사고하려는 의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해 첨단 핵심 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호남·영남·충청 등 비수도권으로 확대하는 전략산업 다극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물어야 한다. 공장이 지역에 온다는 사실만으로 지역균형발전은 완성되는가.

아니다. 문제는 공장의 위치가 아니라 '결정권의 위치'다. 공장에 대한 통제권은 그 결정권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구성 요소일 뿐이다.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이란, 결국 지역에 들어온 생산 거점이 만들어 내는 가치, 기술, 이윤, 조달, 노동, 금융의 흐름을 지역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이 지역의 내생적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생산시설은 지역에 있지만 본사 기능, 연구개발, 투자 결정, 조달망, 금융수익, 기술 축적, 이윤의 처분권이 여전히 수도권 본사와 글로벌 자본의 손에 남는다면, 그것은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다. 그것은 첨단산업의 이름을 쓴 새로운 '공간적 하청화'다. 지역은 공장을 얻었지만 미래를 결정할 권한은 얻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독일 드레스덴의 반도체 클러스터, 이른바 '실리콘 작센(Silicon Saxony)'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례를 제공한다. 드레스덴은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도시가 아니다. 지역의 대학, 연구소, 숙련노동, 공급망, 기업 네트워크, 주정부 산업정책을 하나의 제도적 생태계로 엮어냄으로써 다국적 반도체 자본이 지역을 우회할 수 없도록 만든 도시다.

드레스덴은 어떻게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섰나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은 혹독한 전환을 겪었다. 많은 산업 기반이 흔들렸고, 숙련노동과 청년 인구가 서독으로 빠져나갔으며, 동독의 여러 도시는 값싼 노동력과 저렴한 토지를 제공하는 주변부로 재편될 위험에 놓였다. 드레스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드레스덴은 단순한 저임금 생산기지가 되는 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 자본이 설계하고 지시한 것을 지역이 값싼 노동력과 토지로 조립·생산만 해주는 공간, 말하자면 다른 지역의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에 종속된 '연장된 작업대(verlängerte Werkbank)'로 남는 길을 거부한 것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토대가 있었다. 작센 지역은 동독 시기부터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통일 이후 산업기반이 크게 흔들렸지만, 이 지역에는 여전히 숙련된 엔지니어, 기술 인력,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기억과 역량이 남아 있었다.

물론 과거의 산업 전통만으로 오늘의 클러스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전통을 통일 이후 새로운 제도적 생태계로 재조직했다는 점이다. 드레스덴 공대, 프라운호퍼 연구소들, 주정부의 산업정책, 기존 반도체 기업, 장비·소재·부품 공급업체, 숙련 엔지니어 노동시장이 결합하면서 드레스덴은 단순한 공장 입지가 아니라 반도체 생산과 혁신의 복합적 장소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경제지리학자 도린 매시(Doreen Massey)의 '공간적 분업' 관점에서 보면,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어떤 지역은 생산만 하고 다른 지역은 구상하고 명령하며 이윤을 처분한다면, 그 지역은 아무리 첨단 공장을 많이 가져도 하청 공간에 머문다. 반대로 지역 안에 연구개발, 숙련노동, 공급망, 공공정책, 기업 네트워크가 결합되어 있다면, 그 지역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자본의 행동을 규율하는 장소가 된다. 드레스덴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실리콘 작센은 법적 족쇄가 아니라 '제도적 생태계'다

실리콘 작센을 과장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다국적 기업에게 법적으로 지역 조달을 강제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반도체 자본의 발목에 직접 '족쇄'를 채우는 통제기관도 아니다. 공식적으로 실리콘 작센은 2000년에 설립된 자율적 산업 네트워크이자 협회다. 제조업체, 공급업체, 서비스기업,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조직이며, 현재 700개 이상의 회원을 가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의 대표적 네트워크로 소개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실리콘 작센의 힘은 법적 강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지역 안에 촘촘하게 축적해 놓은 데서 나온다. 반도체 자본은 좋은 부지만 있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전기료가 싸다고만 해서 움직이지도 않는다. 반도체 생산은 극도로 정교한 장비, 소재, 공정 기술, 숙련노동, 연구개발 협력, 안정적인 공급망, 공공지원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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