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라이더가 우버에 하고 싶은 말... 한국엔 '이긴' 경험이 있다

지난 16일, 나는 폭염 속 서울 도심을 오토바이로 가로질렀다. 땀이 차 보호대가 온종일 거슬리던 날이었다. 그날 오토바이에 오른 것은 배달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대통령비서실 면담을 위해서였다. 라이더유니온과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상점주 단체인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협회와 함께 대통령비서실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을 만나, 배달 현장의 문제를 전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얼핏 별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국 이 도로 위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우버가 배달의민족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를 약 22조 원에 인수한다는 발표였다. 발표는 독일과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일을 마치고 배민커넥트 앱의 공지함을 열어봤다. 나 역시 커넥트로 일하는 라이더다. 공지는 한 줄도 없었다. 다음 날에도 없었다.
우버는 DH 지분 100%를 약 148억 달러, 우리 돈 약 22조 원 규모로 평가해 현금으로 사들인다. 인수 대상에는 배민을 비롯해 중동의 탈라밧, 아시아의 푸드판다 등 DH가 거느린 글로벌 배달 사업이 통째로 들어 있다. 형식은 패키지 거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배민의 무게가 다르다. 지난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매출 5조 2830억 원, 영업이익 5929억 원을 올렸다. 몇 해 전 배민 단독 매각설이 돌 때 시장에서 거론된 몸값만 8조 원, 이번 전체 인수가의 3분의 1이 넘는다.
우버가 산 것은 DH 전체다. 그러나 그 계산의 중심에는 한국의 배달 시장,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라이더와 상점주가 매일 만들어내는 수익이 있다.
우버는 배달앱을 산 게 아니다
우버가 22조 원을 쓰는 진짜 이유는 배달 그 자체가 아니다. 배민이 모아둔 거대한 이용자 기반이다. 우버는 국내에서 이미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카카오T에 눌려 존재감이 옅다. 그런 우버에게 배민 이용자는 두 얼굴을 가진 손님이다. 오늘의 배달 고객이자, 내일의 택시 손님이다.
우버의 전략은 해외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유료 멤버십 '우버 원'으로 배달과 택시 호출을 하나로 묶어 이용 빈도와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두 서비스를 함께 쓰는 고객이 한 가지만 쓰는 고객보다 7.5배 빠르게 늘었다고 한다. 배달로 붙잡은 이용자를 택시로 실어 나르는 것, 그것이 우버가 그리는 그림 아닐까. 그리고 그 거대한 전환의 밑천을 대는 것은 결국 도로 위 라이더의 노동이다. 우버가 사는 것은 배민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그 간판을 매일 돌리는 우리의 다리다.
인수 자본은 반드시 회수를 요구한다. DH에 편입되기 전, 2020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은 커넥터의 주간 배달시간을 20시간, 지입 라이더는 60시간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20/60 정책'을 도입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커넥터로 입직한 나는 그때 일을 더 못 하게 막는다며 불만이었다. 20시간을 채우고 나면 맥도날드와 쿠팡이츠 등 여러 플랫폼으로 일을 쪼개 다녀야 했고, 그 자체가 또 다른 피로였다. 노동시간을 제한하면서 소득 감소를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라이더를 얼마나 더 싸게, 더 오래 일하게 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과로와 일감 분배, 플랫폼과 라이더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고민한 흔적은 남아있었다. 상생이 제대로 실현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비용 절감과 노동 강도 강화가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 된 지금과는 달랐다. 기본배달료도 3000원이던 때다.
2021년 3월, 우아한형제들은 DH 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2025년 배민의 수도권 기본배달료가 2500원으로 깎였다. 쿠팡이츠에서는 2100원짜리 콜까지 등장했다. 단가가 거꾸로 흐르는 사이 프로모션은 줄고, 시간제한 미션과 라이더 등급제가 등장했다.
지금 내 고민은 5년 전과 정반대다. 그때는 더 일하고 싶어 규제가 불만이었다면, 지금은 면허도 자격도 보험도 없는 라이더가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와 걱정이다. 사람이 넘치니 라이더의 협상력은 무너지고, 저단가 구조는 고착됐다. 콜 하나 받기가 어려워 앱을 서너 개씩 켜놓고 배차를 기다린다.
배민을 인수하는 글로벌 플랫폼 자본, 동료들의 반응은
동료들의 반응은 갈리는 분위기다. 더 독한 놈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 그래도 뭘 해도 최악이던 DH보다야 낫지 않겠느냐는 약간의 체념 섞인 기대. 그중 가장 서늘했던 말은 이것이다. 우버가 일본에서 단가삭감으로 라이더를 어떻게 쥐어짜는지 봐야 한다고, DH가 무식하게 등골을 뽑았다면 우버는 더 영악하고 교묘하게 조일 거라고.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