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체육, 일자리가 되다
253억8800만 원(2024년 기준). 서미화 국회의원이 공개한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 미준수 부담금 규모다. 당시 최저연봉(약 2473만 원)을 적용하면 약 1천 명을 고용할 수있는 수준이다. 예산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만들지 않았고, 그만큼의 장애인이 일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다. 농촌 지역인 충북 옥천군의 경우 그 비율이 약 10%에 이른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일하는 장애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합의한 최소 기준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제시한 고용 비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노동권이 위태로운 이유다.
장애인고용법은 '장애인이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핵심은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전체 정원의 3.8%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주의 경우 3.1%의 고용 의무가 부과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장은 미달된 비율에 따라 최저임금의 60~100%를 적용한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서미화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공공기관이 납부한 부담금은 연평균 290억 원을 넘는다.
이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지적이 제기된다. 하나는 장애인고용부담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이 낮아 제재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언급하며 고용부담금 인상 필요성을 짚은 바있다.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직무 재설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직무 재설계는 정해진 일에 사람을 맞추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 개인의 능력과 특성에 맞게 일자리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 맞는 직군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적합한 고용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를 위해 직무를 분석하고 재설계하는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공단은 우수 사례로 기차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네일케어 숍을 운영하고, '네일케어 직무'를 새롭게 만든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 체육선수 고용 모델 역시 직무 재설계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 '장애인 체육'이라는 직무를 새롭게 만들고, 지역별 장애인체육회가 선수와 기업을 연계해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한 구조다. 전라남도는 2016년부터 '기업연계 취업지원 사업'을 추진해 온 대표적인 지자체다.
지난 3월 전라남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전남 지역 장애인 체육선수 취업률은 32.6%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17.8%)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17개 시·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전남에 등록된 장애인 선수 301명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등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을 포함한 약 20개 기업에 취업한 상태다.
전라남도는 올해 취업 선수 수를 350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현하고, 장애인은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 모델로 평가하기에 가능한 조치다. 전라남도는 '전남형 장애인체육선수 고용 모델'의 고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종목을 직군으로 발굴하고, 선수 은퇴이후에도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장애인 선수의 취업 연계는 충북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청주시·청주시장애인체육회와 ㈜갤럭시아에스엠은 2019년 업무협약을 맺고 장애인 선수와 기업 간 고용을 연계하고 있다. 청주시장애인체육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취업 현황을 보면 당구, 론볼, 배드민턴, 사격, 탁구, 파크골프, 컬링 등 7개 종목 33명의 장애인 선수가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이 취업한 기업은 충북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레이BSF코팅한국(유)처럼 청주 소재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이 지역 밖 기업들이다. 23개 기업이 장애인 선수를 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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