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 33도'에 희비 엇갈리는 쿠팡노동자들, 이게 맞습니까?

물류센터 노동자의 폭염시기 쉴 권리가 법제도 안에 들어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숨이 턱턱 막히는 현장에서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일했다. 현장에서는 식염 포도당이나 얼음물을 챙겨 먹으며 버티는 일이 폭염 대책처럼 여겨졌다. 일하던 노동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일하다 주저앉아 쓰러지거나 심지어 구급차에 실려 가도 쿠팡물류센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현장 노동자들에게 폭염 휴게시간과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고, 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2023년, 2025년에는 비정규직이 90%인 현장에서 파업을 조직했다.
이후 2024년 10월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됐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에서는 2시간마다 20분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물론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시행이 무산될 뻔했고, 심사는 번번이 미뤄졌다. 폭염 속에서 건설노동자와 택배노동자가 잇따라 목숨을 잃고, 특히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알려진 뒤에야 세 차례 심사 끝에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그렇게 2025년 7월,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폭염 휴게시간 기준이 마침내 시행됐다. 법 한 줄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노동자가 땀을 흘렸고 급기야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온도 낮추랬더니 온도계만 낮췄다
이 생명줄 같은 휴게시간이 만들어졌지만, 현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기보다 체감온도 측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2025년 8월 쿠팡 대구2물류센터에서는 찬 바람이 나오는 포장 공정의 에어컨 송풍구 아래에 온습도계를 설치해 체감온도 기록을 낮춘 일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걷고 물건을 찾고 나르는 선반 안쪽의 온도를 재는 대신, 찬 바람이 내려오는 곳에 온습도계를 갖다 놓은 것이다.
실제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이 아니라 온도계가 있는 공간만 시원하게 해두었고, 그 숫자를 근거로 폭염 휴게시간을 줄이려 했다. 개정된 법의 취지를 따르는 시늉은 하면서 실제 휴게시간 보장은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2026년에도 방식만 조금 바뀌었을 뿐 꼼수는 계속되고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의 근본적인 폭염대책을 요구하는 '폭염감시단'을 구성해 온습도계를 직접 들고 들어가 선반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노동자가 실제로 일하는 자리와 회사 온습도계가 설치된 자리 사이에 온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확인해 보자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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