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지켜주는 '교원'에 보육교사는 없다

오랜 논의에 머물던 유보통합이 중요한 변화를 맞고 있다. 2024년 6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영유아 보육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됐고, 2025~2026년에는 통합기관 출범과 교사 자격체계 개편이 진행 중이다. 아직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뚜렷한 통합 로드맵이 드러나지 않은 이 시기에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들의 고충도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되었던 코미디언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 '이민지씨'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볼까지 다크 서클이 내려왔는데도 학부모의 심기에 맞추어 굽신거리거나 학부모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에서 빨간 피가 흘러내리는 분장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후 6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 침해 문제를 다시 한번 뜨거운 화두로 만들었다. 교권침해는 단지 초·중·고등학교 교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에게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특히 교권침해는 단순한 권리침해에 그치지 않고, 교사의 불건강으로까지 이어진다. 사회건강연구소(백경흔·정진주, 2020; 2022)는 산재 판정 통계와 어린이집 원장·교사 심층면담을 통해, 법과 제도가 놓치고 있는 보육교사의 건강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연구 내용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유치원과 보육교사의 교권침해와 건강권 문제가 유보통합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97%가 감정노동인데, 방패는 없다
보육교사의 노동은 감정노동, 육체노동, 정신노동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한 보육교사는 자신의 업무 중 감정노동의 비중을 이렇게 표현했다.
"완전 대부분인 것 같아요, 97? 이 정도? … 그냥 하루 종일 출근과 동시에 감정노동이 시작인 것 같아요." (보육교사 A)
보육교사가 경험하는 감정노동의 부담은 매우 크다. 학부모의 갑질로 나쁜 감정이 생겨도 참을 수밖에 없고, 그 감정이 아이들에게 흘러가지 않도록 스스로 차단한 뒤 좋은 감정을 새로 만들어내야 하니 부담은 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감정노동을 견디게 해줄 방패가 없다는 데 있다. 한 교사는 아이의 진료확인서를 요구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아, 진짜, 보육교사 따위가!' … 어디 보육교사 따위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냐고." (보육교사 B)
이런 순간, 교사들이 가장 바라는 건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동료이자 상사인 원장의 한마디다.
"원장님이 내 편이 됐으면 좋겠어요. … 나랑 같이 있는 원장님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면 너무 힘든 거 같아요." (보육교사 C)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장조차 학부모 눈치를 보느라 교사를 방어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교사는 학부모의 개인 사정으로 아이의 정서가 불안해졌을 때, 그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왔던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이게 왜 다 내 잘못이지? 애가 토해도 내 잘못, 애가 울어도 내 잘못, 애가 넘어져도 내 잘못…" (보육교사 D)
다치고도 "산재는 생각도 못 했다"
감정노동만이 문제가 아니다. 보육교사는 근골격계질환에도 상시적으로 노출된다. 아이를 안고, 눕히고, 기저귀를 갈고, 낮은 책상 앞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자세가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이 질환을 산업재해로 신청할 생각을 하는 교사는 드물다. 한 교사는 허리디스크가 터졌을 때도 산재를 떠올리지 못했다고 말한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