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이 '문고리 권력'에 침식당한 대가는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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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경호 조직 내부에서는 조직 위상 재정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당시 경호 조직은 대통령비서실 산하의 대통령경호처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독립된 국가기관에 준하는 위상으로의 재편을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대통령실장의 지위를 받는 경호를 전담하는 '기구'에서 '기관'으로의 위상 복원을 기대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조직의 기능, 권한, 위상 전반에 대한 재정립 요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1월 25일 기존 논의를 넘어서는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차관급 기관이던 대통령경호처를 장관급 기구인 대통령경호실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김영삼 정부 이후 약 15년 만에 경호조직 수장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권력 집중 및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로의 회귀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되었다. 반면,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양친을 총격에 잃은 사건과 본인에 대한 커터 칼 피습을 경험한 점을 고려할 때 경호 기능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존재했다. 또한, 국가원수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국가적 위기관리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호 역량의 제도적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 행복과 민생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가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국가 안보 우선의 기조를 일관되게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인식은 경호 조직 개편 방향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경호조직 수장에 군 출신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2월 7일 참여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박흥렬을 장관급 대통령경호실장으로 내정한 사실을 발표했다. 박 내정자는 군단장 재임 시절 "장병들의 기가 살아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면서 병영문화 개선과 인간 존중의 리더십을 강조해 온 인물로 평가되었으며, 이러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경호조직 내부에서는 통합과 조직 안정에 기반한 포용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더불어 참모총장으로서 군 개혁을 추진한 경험을 고려할 때 향후 경호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었다.
경호실로의 격상은 단순한 직제 개편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권력 운영의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자, 국가 운영의 기초 질서에 관한 통치 철학의 반영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전 경호조직 운영에서 나타난 개인 중심의 충성 구조와 성과 중심 운영 방식이 각각 한계를 노정한 상황에서, 박흥렬은 격상된 조직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운영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2013년 2월 24일, 국회의사당 취임식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전 경호기관장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현장에 배치된 경호요원들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격려와 소통을 병행하며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직 발전과 선진화 방안에 관심 기울인 박흥렬
박흥렬의 경호실에 부여된 핵심과제는 장관급으로 격상된 위상에 부합하도록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과 함께 이른바 '3두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대통령 경호 역량과 국가 위기 대응 능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데 있었다. 그의 발탁은 안보·경호 체제 전반의 강화와 더불어, 북핵 위협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군 출신 중심 안보라인과의 정책적 정합성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되었다. 이는 경호조직이 대통령 개인의 신변 보호를 넘어 국가 차원의 안보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성이 강조되었음을 시사한다. 당시 박흥렬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한 퇴직 경호관은 "통상 신임 기관장은 인수위원회 시기부터 군기 확립 중심의 업무보고를 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박흥렬 실장은 조직 발전과 선진화 방안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박흥렬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전략기획과 야전 지휘를 두루 경험한 정통 군 출신 지휘관이었다. 군 조직에서의 충성은 명령 체계에 대한 신뢰와 규율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 운영 원리로 이해된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경호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경호조직을 단순한 행정 단위를 넘어 명확한 지휘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정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에 따라 경호 기능 역시 단순한 신변 보호를 넘어 접근 통제와 공간 관리 등 체계적인 권한 행사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한 경호실장의 장관급 격상은 대통령 안전을 국가 운영의 핵심 과제로 강조하려는 정책적 메시지를 내포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흥렬은 군 출신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기강을 확립하고, 규율과 책임성을 중심으로 한 운영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취임식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3년 2월 26일 연무관에서 열린 경호실장 취임식에서 그는 "경호업무에 대한 충분한 파악 없이 구체적 복무 방침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며, 사전에 준비한 약 140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한 '경호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으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이는 전역 이후 단국대학교에서 리더십을 강의해 온 행정학 박사로서의 이력이 반영된 것으로, 조직 운영에 있어 이론적 기반과 소통을 중시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을 예감케 했다.
이날 박흥렬은 경호의 핵심 키워드로 기(氣)·혼(魂)·도(道)를 제시하며, "조직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조직 운영에 반영함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키고, 직무 수행에 몰입하는 자세를 통해 오감(五感)을 활용한 경호를 구현하며, 공감에 기반한 소통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양한 리더 유형을 제시하면서 각 상황에 부합하는 리더십 덕목을 갖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부서 간·직급 간 경계를 완화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단 한 차례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만려무실(萬慮無失)'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호실 조직문화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러한 발언은 경호조직에서 중시되어 온 '충성'의 개념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과거 경호조직에서의 충성이 권력 중심의 외적 행동 규범에 방점이 있었다면, 박흥렬이 제시한 방향은 직무에 대한 책임성과 성실성, 내적 태도 등에 기반한 수행 윤리를 강조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는 이전 정부 시기 조직 위상과 사기 저하를 경험한 상황에서, 과도한 희생이나 일방적 헌신을 강조하는 방식이 조직 안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의 부담을 가중하기보다 구성원의 인식과 조직문화를 정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박흥렬은 경호조직의 비전 재정립과 문화 개선에 주력했다. 기존의 경직된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으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안주하는 자는 혁신하는 자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는 닫힌 조직의 문을 여는 하나의 주문으로 통하면서, 변화 지향적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그는 형식적 보고와 위계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완화하고, 현장 중심의 의견 수렴과 실무 역량 강화를 병행하면서 조직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경호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하려는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다.
충성, 자기통제, 통합, 상황판단,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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