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유 없애려다가... 4개월 아기에게 사과한 사연

기자말
회복적 서클은 회복적 정의 실천 모델 중 하나로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이 주어지는 대화 모임입니다. 회복적정의협회(사)를 비롯하여 많은 대화 모임에서, 서클의 개념을 우리말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번역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인 3역 회복적 서클의 시작
대화는커녕 제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아이와 회복적 서클을 시작했다. 월령 4개월 차 정도였다. 고백하건대, 숭고한 뜻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시간 때우기'였다. 아침 7시에 기상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나면 낮잠을 재워야 하는 시각까지 얼추 남아있는 1시간이 더디게 흐를 때가 종종 있었다.
아이가 토하거나 대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놀아줄 새도 없이 순식간에 그 시간이 지나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말 못 하는 아이와 단둘이 대면하여 할 수 있는 놀이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특히 척추 힘이 완전하지 않은 시기에는 몸으로 놀아줄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많아 더욱 그랬다.
아이가 5개월 중반이 될 때까지 아침 시간은 아빠인 내가 아이를 전담하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새벽 4시까지 아이를 돌보다가 교대 후 오전 10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린 아기의 혼을 쏙 빼놓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피차 멍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내 아이는 칭얼댔다.
그러다가 문득 동료들과 함께 공부했던 '회복적 정의'와 그 실천 방안인 '회복적 서클'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이어 스스로 웃고 말았다. 언어적 표현이 기초가 되는 대화의 방식인데, 내 앞의 아기는 아직 '엄마'라는 말도 의미를 담아 말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회복적 서클 원칙'의 의의를 지키면서, 약간의 변형을 통해 대화 모임을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방법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 받아야 할 것도 아니니, 따뜻하고 건전한 놀이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회복적 서클' 진행의 두 가지 한계점
서클을 진행하는 데에는 두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첫째는 서클의 구성원이 둘 뿐이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나 이외의 유일한 구성원인 아들 녀석이 아직 언어적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를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말 그대로 촌극이 따로 없었다.
아이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구성원으로 들여 총 세 명의 서클원을 확보했다. 아들과 인형이 발언해야 할 순서에는 1인 3역이라는 참신하고도 엉뚱한 방법으로 서클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따져보면 원맨쇼나 다름없는 웃긴 광경이었는데, 막상 시행해 보니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뜻밖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애초의 목적처럼 시간이 잘 갔다.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추어 여는 의식과 닫는 의식은 30초 이내로 최대한 간단하게 진행하고, 보통 네다섯 개 정도 배치하는 질문을 두 개로 줄였음에도 시계를 보면 15분가량 훌쩍 지나 있었다. 그동안 아이는 칭얼거리지 않고 아빠의 입에서 나오는 뜻 모를 언어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뜻밖의 큰 이점은, 말 못 하는 아기의 마음을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초 회복적 서클이 지닌 장점과도 같은 것인데, 그 발현 과정은 반대라고나 할까.
서클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발언을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다.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라 순서대로 한 사람씩 온전히 발언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끊김 없이 마칠 수 있다. 토론에서 밀릴 염려도 없다. 사나운 사람이 순한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평화로운 독백이 연결된다.
영아기 아기와 함께 하는 대화 모임에서, 역지사지는 내가 아들의 발언을 대신하면서 발생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하나의 완전한 문장과 문단이 되어 입 밖으로 발현되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생겨난다. 내가 말해놓고도 '아, 이 녀석이 이런 마음일 수 있었겠구나'하는, 깊은 공감이 생겨난다. 아래는 어느 날 나누었던 대화의 한 장면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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