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은 모르지만 재밌잖아요" 초등학생들 노래에 경악했습니다

며칠 전, 학교 계단에서 고학년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처음에는 유행하는 노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최근 고교야구 경기에서 광주 지역 학교를 향해 불러 논란이 된 바로 그 노래였다. 역사적 비극과 지역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이 노래와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되어 초등학교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학생들을 불러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왜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설명했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유행해서 따라 했다", "정치적인 뜻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 점이 더 두렵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조롱하는지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혐오와 극단적 정치문화는 거창한 주장이나 논쟁이 아니라 짧은 영상과 노래, 게임과 농담, 밈의 얼굴을 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뜻은 모르지만 재미있잖아요"
최근 교사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혐오 표현은 과거와 다르다. 특정 지역과 국가, 여성과 이주민 등을 조롱하는 말이 '밈'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된다. 학생들은 "뜻은 잘 모르지만 재미있다", "친구들도 다 쓴다", "유튜브에서 봤다"고 말한다.
교사가 역사적 맥락과 문제점을 설명하면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며칠 뒤 비슷한 표현이 다른 교실과 복도에서 다시 들린다. 학교의 설명은 한 번이지만 알고리즘의 추천은 밤낮없이 반복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혐오표현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률 연구진의 2023년 '디지털 유해환경과 청소년 위험행동 실태 연구'에서도 응답 청소년의 79.1%가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혐오나 차별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는 일부 극단적인 사이트에만 머무는 현상이 아니라 청소년의 일상적 디지털 환경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를 깊이 다루려는 교사는 정치적 편향이나 학부모 민원을 걱정한다. 한 교사는 "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하려면 역사와 사회문제까지 이야기해야 하는데, 어디까지 다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민감한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그런 말 쓰지 마'라고 주의를 주는 데 그칠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학교의 교육은 점점 짧아진다. "하지 마라"라는 금지의 언어만 남고,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 학생과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은 어려워진다.
아이들의 마음속 빈틈을 파고드는 극우 콘텐츠
10대 극우화를 역사교육 부족이나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바라봐서는 문제의 핵심에 닿기 어렵다. 극단주의 콘텐츠가 파고드는 곳은 지식의 빈틈만이 아니다. 관계의 결핍, 낮아진 자존감,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패배감도 그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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