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75.9% "우리 임금, 저평가되고 있다"
부산의 돌봄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일상을 지키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떠받치고 있다. 식사를 돕고, 몸을 씻기고, 병원 동행을 하고, 약을 챙기고, 외로운 시간을 함께 견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일지 모르지만, 그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이들이 바로 돌봄노동자들이다.
그러나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노동자들의 처우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돌봄 없이는 가정도, 지역사회도, 사회 전체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지만, 정작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 돌봄노동자는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봄 노동을 얼마나 값싸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고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돌봄을 "공기와 같은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는 순간 모두가 그 필요를 절감하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프고, 누구나 늙는다. 누구나 언젠가는 돌봄을 필요로 한다. 돌봄노동자가 멈추면 가정의 일상이 멈추고, 지역사회의 기본적인 삶도 흔들린다.
그럼에도 돌봄노동은 오랫동안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처우 속에 방치되어 왔다. 그는 "우리가 멈추면 부산의 가정들이 멈추고, 사회의 기초적인 일상이 무너진다"며 "돌봄 없이는 사회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왜 이 일을 하는 당사자들의 처우는 항상 제자리걸음이냐"고 지적했다.
시민도 알고 있는 '돌봄노동 저평가'
최근 부산여성회가 실시한 2026 부산여성 성평등 인식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한다. 부산 여성 응답자의 75.9%는 돌봄·서비스·판매 등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종의 임금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돌봄노동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도 여성집중직종의 임금이 노동의 가치에 비해 낮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노동 저평가는 특정 직종의 임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여성의 노동을 구조적으로 낮게 평가해온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돌봄은 오랫동안 가족 안에서 여성들이 무급으로 수행해온 일로 여겨져 왔다. 노동시장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돌봄은 여전히 '집에서 하던 일', '여성이 원래 잘하는 일',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처럼 취급되어 왔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신체 기능의 변화를 확인하며, 낙상과 사고를 예방한다. 신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고, 가족과 기관 사이에서 수많은 책임을 감당한다. 돌봄은 전문적인 기술과 인내, 책임감이 필요한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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