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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남도청 앞 미국인과 충장로 DJ의 잊지 못할 '5월 그 하루'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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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남도청 앞 미국인과 충장로 DJ의 잊지 못할 '5월 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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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 복판에서 그를 마주할 줄 몰랐다. 46년 전 그날, 충장로 음악감상실 DJ는 단골로 종종 만나던 그 미국인을 전남도청 앞에서 발견했을 때 곧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왜 못 도망갔지? 광주에서 나가야 되는데 저 양반이 왜 여기에 있지?'

그는 당연히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대뜸 "광주 외곽 지역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월 동지"가 됐다. DJ로 일하다 항쟁에 참여한 이흥철(당시 20세)씨와 미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광주에 왔다가 항쟁에 휘말린 팀 원버그(Tim Warnberg, 당시 25세)의 이야기다.

그날은 계엄군이 잠시 물러난 뒤인 1980년 5월 24일이었다. DJ로 일한 덕에 장비를 다룰 줄 알았던 이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주로 방송 차량에 타 있었고 그래서 "광주 외곽 지역을 보고 싶다"는 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다. 쌓인 타이어 너머로 계엄군이 보이기도 했던 주요 대치 지역을 돌며 팀은 이씨에게 유창한 한국말로 "많이 다치고 죽었겠다"고 탄식했다.

팀과 헤어진 후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도청 안에 머물던 이씨는 누군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이야기에 두려운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 팀이 있었고 그는 잠시 자신을 따라와 달라고 했다. 그렇게 도착한 인근 여관에는 외신기자들이 앉아 있었다. 신분이 드러날까 복면을 쓴 채 인터뷰에 응한 이씨는 불안감을 못 이기고 결국 중간에 자리를 떴다. 이씨는 "앞으로 이런 일로 나를 부르지 말라"고 했고, 팀은 나지막히 "미안하다"고 했다. 둘의 5월, 그리고 항쟁은 그렇게 끝나 버렸다.

"동네 형" 같던 그 미국인

'원덕기'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팀은 1978년부터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광주에 머물다 5·18을 눈앞에서 마주했다. 그는 목격자에 머무르지 않고 들것에 실린 부상자를 옮기거나 광주 시민들을 보호하려다 계엄군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또 고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작고) 등 외신기자 통역을 자진해서 맡았고 5·18 직후 자료·증언을 동료에게 건네 북유럽 지역 외신보도를 이끌기도 했다.

특히 팀은 의사가 되려던 꿈을 접고 한국학 전공을 택해 영어권 최초 5·18 논문을 쓰기도 했다. 5·18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사회·문화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연구하던 그는 안타깝게도 199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광주에 머물던 팀이 자주 찾던 음악감상실 DJ였다. 지난 3월 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5·18 당시 낮에는 가두방송을 했고 밤에는 도청 상황실을 지켰다. 1980년 5월 27일, 이씨는 항쟁 마지막 날에도 방송을 한 박영순씨와 상황실을 지키다 계엄군에 끌려가 온갖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이씨는 여전히 46년 전 팀의 손에 이끌려 외신기자 앞에 섰던 때를 "미안한" 기억으로 갖고 있다. 그는 "팀이 광주의 참상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부탁을 했던 것 같은데 그때 더 (인터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팀은) 도망갈 수 있었는데도 솔선수범해서 광주를 위해 여러 일을 했다. 참 용감했던 사람"이라며 "나는 그를 오월 동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가 일했던 '타박레 음악감상실'은 이제 건물만 남아 있고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와 함께 충장로우체국 옆 음악감상실이 있던 자리에 다시 섰다. 이씨는 "46년 전 이곳에서 DJ로 일할 때 손님으로 팀을 처음 만났다"며 "금방이라도 팀을 만날 것 같이 그때가 새록새록하다"고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팀이 평일 오후 타박레에 올 때마다 신청한 곡들을 빠짐없이 들려줬어요. 그게 인연이 된 거죠. 팀이 씩 웃으며 신청곡들을 적은 메모를 건네줬는데 그때마다 그 곡을 다 틀어줬어요. 고마워했던 팀은 저에게 음료를 건넸고 기분 좋게 같이 마시며 친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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