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해 보여도 위험했다, 제주 포구 물놀이 법으로 막는다

한여름 제주를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선 자리, 그 안쪽으로 고요히 담긴 에메랄드빛 물빛. 튜브를 탄 아이들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들, 그 뒤로 풍력발전기가 천천히 돌아가는 이국적인 장면이다. 사진만 보면 누구나 "저기서 수영해도 되나요?"라고 묻고 싶어지는,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31일 방문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판포 포구에서도 뜨거운 햇살을 피해 바다에 몸을 담근 피서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올여름을 끝으로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개정된 '어촌·어항법'에 따라 2027년 4월 22일부터 제주를 포함한 전국의 어항구역 내 물놀이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왜 금지되나?... '그림 같은 풍경' 뒤에 숨은 위험
포구는 원래 헤엄치라고 만든 공간이 아니다. 방파제로 둘러싸여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깃배가 수시로 드나드는 작업 공간이다. 사진으로 보면 안전해 보이는 이 잔잔한 물속에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위험 요소들이 여럿 숨어 있다.
선박 출입로는 배가 예고 없이 드나들며, 수영객과 동선이 겹칠 경우 충돌 위험이 크다. 급격한 수심 변화도 위험요소다. 방파제 안쪽이라 잔잔해 보이지만,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이 많아 다이빙 사고가 잦다. 또한 정식 해수욕장과 달리 안전요원이나 구조 장비가 배치돼 있지 않아, 사고가 나도 즉각 대응이 어렵다. 양식장·계류 시설물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물 속에 로프나 어구, 계류 장치 등이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부상 위험이 있다.
실제로 여름철마다 SNS를 통해 포구 다이빙 영상이 퍼지면서 이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에 비례해 안전사고도 급증했다. 특히 물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 채 방파제 위에서 뛰어드는 다이빙 사고가 반복되면서, 법 개정 논의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개정된 '어촌·어항법,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조치는 국회를 통과한 '어촌·어항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어항구역 내 취사와 야영, 물놀이(수영·다이빙 등)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 법률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4월 22일부터 시행된다. 적용 대상은 어촌정주어항과 소규모어항 등 어항구역으로 지정된 전국의 항·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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