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끼리 책을 읽는다니... 혹독한 대가 치르고 알게 된 사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 공기를 가르며 모여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저마다의 손에 쥐어진 똑같은 책. 어떤 날은 학교나 카페가, 또 어떤 날은 누군가의 집이 그날 떠나는 낯선 여행의 출발지가 된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기도 하고, 때론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 앞에 둘러앉아 저마다 싸 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곧 출발을 앞둔 여행자들처럼 들뜬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이곳은 이름 그대로 아침에 만나는 책모임, '북모닝'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책보다 휴대전화가 훨씬 재미있다. 분명 책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 시절의 나는 조용히 멸종된 것 같다. 심지어 책모임이라니.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시작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고양자유학교 정문에 걸려 있는 문구다.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지향하는 대안학교에 모였으니 처음에는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생활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학교를 이해하는 방식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도, 가정마다 안고 있는 고민도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더불어 산다는 말은 아름다웠지만 실제로 함께 살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손을 놓기보다 계속 함께 가고 싶었다. 아이들이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삶에서도 온전히 만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학교가 말하는 '배움과 삶의 일치'가 책 속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어른들이 먼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어른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가 곧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되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서로를 잘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고 저절로 마음이 가까워지는 건 아니었다. 우리에겐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계속 함께 갈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의 끝에 우리는 '함께 책을 읽어보자'는 결론에 닿았다. 책은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핑계가 돼 줄 것 같았다. 책 속 이야기를 빌려 평소에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생각과 속마음을 나누고 그렇게 시간을 쌓다 보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북모닝'을 시작했고, 나는 내 인생에는 절대 없을 줄 알았던 책모임에 자동 가입됐다.
부모라는 이름 너머
우리 학교에서는 '누구 엄마', '누구 아빠' 대신 각자가 지은 별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하지만 아무리 별명으로 부른다 해도 우리가 누군가의 부모라는 사실은 투명한 이름표처럼 늘 따라다닌다. 아이들을 통해 맺어진 관계이다 보니 등하굣길에 만나거나 행사와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도 자연스럽게 기승전 '아이들'로 흘러간다.
그런데 '북모닝'에서의 공기는 조금 다르다. 각자의 가치관과 지나온 시간, 삶의 경험이 담긴 책 감상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무거운 '부모'라는 겉옷을 잠시 벗어두게 된다. 한 아이의 부모라는 이름 너머로 온전한 한 사람이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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