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만공사 통폐합 부산항 경쟁력만 약화시킨다
정부의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기능개편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하나로 묶는 ‘한국항만공사’ 설립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부산 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20일에는 부산·울산·경남·여수광양·인천 등 지역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곽규택(국민의힘)·허종식(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부산항은 대한민국 수출입 물류의 핵심 기반이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항만이다.
부산항 성장에는 항만 현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투자와 운영 전략을 펼쳐온 부산항만공사(BPA)의 역할이 컸다.
항만 경쟁력은 조직 규모가 아니라 현장 대응력과 전문성에서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4개 항만공사 통폐합안은 이러한 부산항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전국 항만은 저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허브,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 관문, 울산항은 에너지 중심 항만, 여수광양항은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산업항만으로 발전해 왔다.
로테르담, 함부르크,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항만들 역시 통합보다는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항만 경쟁력의 핵심은 조직의 크기가 아닌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문적인 운영 역량이다.항만공사 통합은 지방분권과 지역 특성에 기반한 발전 전략이라는 시대 흐름과도 배치된다.
항만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약화되면 지역 항만 발전과 관련 산업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산항 중심으로 통합을 된다고 해도 BPA의 경영 성과가 타 항만의 운영 적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산항 앞에는 중국과 동남아 주요 항만의 성장, 글로벌 물류 경쟁 심화, 북극항로 시대 대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부산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과감한 혁신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현장 중심의 운영 체계와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과거에도 항만공사 통합 논의가 있었으나 여러 현실적 쟁점 때문에 진전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공공기관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합하는 방식만으로는 세계 항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항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항만은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이자 지역 산업 생태계의 중심이다.
정부는 조직 개편이라는 단편적인 행정 논리에서 벗어나 각 항만의 특성과 경쟁력을 살리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만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마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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