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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머금은 풀잎, 무등산이 선사한 유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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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머금은 풀잎, 무등산이 선사한 유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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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계곡은 무등산 장불재 서쪽 샘골에서 시작된다. 해발 900m 고산초원에서 흘러내린 물은 용추폭포를 지나 제2수원지에 모인 뒤 광주 시민의 생명수가 되어 도심으로 흘러간다. 약 4km 이어지는 계곡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 맑은 물이 어우러져 무등산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을 이룬다.

원효계곡이나 증심사계곡과 달리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관리돼 천연림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바위 사이를 굽이치는 물길과 초록 이끼, 작은 폭포와 여울이 이어지는 풍경은 걷는 내내 시선을 붙든다. 물은 때로는 졸졸 속삭이고, 때로는 바위에 부딪혀 힘차게 울리며 계곡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음악당으로 만든다.

13일 아침, 하늘은 티 한 점 없이 맑았다. 지난 4월 14일 첫발을 내디딘 무돌길 트레킹도 어느덧 두 달. 매주 토요일이면 무등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연스러워졌다. 산길을 걸으며 계절이 빚어내는 작은 변화들을 하나씩 마음에 담았다.

산촌과 고갯길을 지나온 여정은 이제 무등산 깊은 숲과 계곡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무돌길 13길에서 잠시 벗어나 용추계곡 주변을 둘러본다. 제2수원지와 용추계곡을 품은 이 길은 무등산의 맑은 물과 원시림을 오롯이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숲길이다.

용추계곡에 들어서자 먼저 귀가 열린다. 숲을 스치는 바람,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제2수원지 정문 옆 좁은 길로 들어서면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무등산 깊은 숲의 고요가 펼쳐진다.

좁은 숲길은 이내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숲으로 이어졌다. 밤새 이슬을 머금은 풀잎은 바짓단을 적셨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풀잎이 몸을 스치며 길을 내주었다. 마치 아무도 걷지 않은 숲길을 처음 여는 듯한 기분이었다.

문득 어린 시절 명절이면 형제들과 함께 성묘를 가기 위해 산길을 오르던 기억이 떠올랐다. 앞서가는 형님들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풀숲을 헤치던 그때처럼 이날도 친구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바짓단을 적시는 이슬과 풀향기, 촉촉한 흙냄새는 잊고 지냈던 유년의 추억을 다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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