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정황 확인"... 김대중 대통령도 어찌하기 힘들었던 조직

국가정보원이 12·3 내란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권창영 종합특검팀이 밝혔다. 6일 특검은 국정원이 이른바 '안보 위해 세력' 수백 명의 명단을 준비하고 대공수사권 행사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계엄사령부에 연락관·조사관 파견을 준비한 정황이 확인했다고 브리핑했다.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을 '대공수사'라는 명분으로 합리화시키려 했던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국정원은 원세훈 원장 시절인 2012년에도 대형 사건을 일으켰다. 문재인·박근혜 등이 대선에 출마한 그해에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은 인터넷 댓글 작성, 찬반 클릭, 트위터 리트윗 등을 통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했다.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국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3년에 이 사건을 담당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겸 여주지청장은 상부의 승인 없이 심리전단 직원 3명을 체포했다가 수사팀장직에서 배제됐다. 그 뒤 그는 대구고검 및 대전고검 검사로 밀려났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응징하겠다며 전격 체포라는 극적 상황까지 연출했던 윤석열이 그로부터 11년 뒤에 국정원을 12·3 내란에 끌어들인 정황이 이번에 포착됐다.
전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은폐 과정에 연루된 일이 있었듯이,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동원되는 일은 외국에서도 종종 확인된다. 그렇지만 한국 국가정보원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반공 정치'에 활용된 국정원
국정원이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로 불렸던 반공 정권 시절에, 이곳 조사실에서 울려 퍼진 비명소리는 거의 다 남한 억양이었다. 외국인이나 이북 사람이 그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일은 적었다. 한국 정보기관들처럼 거의 국내 문제에만 신경을 쓰는 곳도 드물 것이다.
1961년 6월 10일 제정된 중앙정보부법 제1조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 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정보수사 활동을 조정·감독하기 위하여 국가재건최고회의 직속하에 중앙정보부를 둔다"고 규정했다.
"국내외 정보사항"을 수집하라고 했지만, 중앙정보부는 주로 국내 정보에만 치중했다. 이 점은 중앙정보부가 공안 사건 및 간첩 조작에서 대공경찰이나 보안사에 뒤지지 않은 데서도 확인된다. 이런 분야에서까지 경찰과 보안사를 앞선 사실은 중앙정보부의 정체성을 의심케 만드는 일이었다. 정부 기관들의 정보 활동을 조정·감독할 권한을 중앙정보부에 맡긴 위 법률 제1조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국내 문제에 얼마나 과도하게 휩쓸렸는지는, 김종필을 앞세워 이 기관을 창설한 박정희가 바로 이 기관의 핵심 인물들에 의해 살해된 사실에서도 상징적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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