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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볼펜 하나 사려다가 다시 꺼낸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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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볼펜 하나 사려다가 다시 꺼낸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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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으로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딸들이 쓰다 남긴 볼펜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아직 잉크가 남았는데 버리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연필꽂이에 꽂아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쓰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글을 쓰려고 볼펜을 집었는데 잉크가 굳어 나오지 않았다. 다른 볼펜을 꺼냈더니 이번에는 볼펜심 사이로 잉크가 새어 손가락이 까맣게 물들었다. 몇 개를 번갈아 써 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새 볼펜을 사야겠구나.'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오래 전에 읽었던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가 문득 떠올랐다. 새 볼펜을 사기 전에 책부터 다시 펼쳐 보게 된 이유였다. 도미니크 로로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며 동양의 미학과 생활 철학에 깊이 매료된 작가다.

화려함보다 절제된 아름다움, 많이 소유하기보다 꼭 필요한 것을 아끼며 사용하는 삶을 실천했고, 그 경험을 <심플하게 산다>에 담았다. 책은 '물건, 몸, 마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심플한 삶이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물건을 줄이고 비우자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남편이 퇴직했고, 두 딸도 모두 결혼해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북적이던 집은 조용해졌고,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가던 시간은 이제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인생의 한 장이 끝나고 또 다른 장이 시작되는 시점에 다시 읽은 이 책은 예전과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꼭 필요한 물건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물건을 정의하고, 확인하고, 평가하는 습관을 들이자. P40

예전에는 절약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버리지 않고 오래 쓰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래된 볼펜을 붙잡고 있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절약이라기보다 버리기 아까운 마음 때문이었다. 막상 사용할 때마다 불편했고, 글을 쓰려는 흐름은 끊겼다. 좋은 물건을 오래 쓰는 것과, 오래된 물건을 아까워하며 붙잡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이어지는 문장도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우리 삶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물건을 가지고 사는지도 중요하다. 물건은 우리 감정을 담아 내는 그릇이다. P41

정말 그렇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생각보다 우리의 기분을 많이 좌우한다. 손에 잘 맞는 볼펜 하나, 오래 써도 편한 머그잔 하나, 잘 드는 가위 하나가 생활을 훨씬 가볍게 만든다. 예전에는 '쓸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건 하나에도 내 시간을 아껴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힘이 있었다.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인 문장은 이것이었다.

좋아하는 물건만 곁에 두자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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