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고 문자가 울린 날, 북한산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며칠 동안 장맛비가 오락가락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가 그치면 숲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흙은 얼마나 촉촉해졌을까. 계곡물은 얼마나 힘차게 흐르고 있을까.
비가 그친 토요일(7월 11일) 아침,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요 며칠 비가 와 숲이 참 좋을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는 약속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닿는 순간이 있다. 서로의 생각을 미리 읽은 듯한 그 짧은 한마디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북한산으로 향했다.
서울 은평구 백화사 앞길에 차를 세우고 산을 바라보니 운무가 능선을 따라 천천히 흘렀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는 얇은 유리막을 씌운 듯 반들반들 빛났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비가 지나간 뒤에만 만날 수 있는 깊고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오늘은 의상봉까지 천천히 걷자."
"그래. 오늘은 숲을 많이 보면서 가자."
우리는 북한산 둘레길 10구간인 내시묘역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일하던 내시들의 묘역이 남아 있어 붙은 이름이다. 대부분 흙길이라 발이 편안하고 울창한 숲이 이어져 사계절 사랑받는 길이다.
내시묘역길에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사당 암문 표지판을 따라 의상봉으로 향하는 샛길에 들어섰다. 그 순간 휴대전화에서 서울시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울렸다. 폭염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오늘 산행이 결코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산행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리기 때문에 탈수와 열탈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 그늘에서 자주 쉬며 몸의 열을 식혀야 한다. 우리도 이런 점을 고려해 평소보다 물과 얼음물은 물론 과일과 간식까지 넉넉하게 챙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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