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 전주 전동성당, 그 다음은 대구에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저녁, 이번에 대구에 내려오면서 작정하고 신청해 둔 대구중구골목투어의 대표 프로그램, '근대골목 밤마실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중구로 향했다.
아침까지 내린 반가운 비 덕분일까. 대구 특유의 무더위가 살짝 기세를 꺾고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집결지인 청라언덕 관광안내소에 들어서며 내심 '이 날씨에 나 혼자만 온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 청라언덕에서 시작된 이야기
이날 투어에 함께한 인원은 나를 포함해 총 9명.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함께 온 부부, 마산에서 온 대학생 3명, 대전에서 온 부부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해설사님은 "원래 단체 신청이 있었는데 오늘 사정이 생겨 불참하는 바람에 인원이 대폭 줄어 오붓해졌다"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오늘 여러분을 안내할 대구 최고의 해설사입니다!"
스스로를 '최고'라 칭한 해설사님의 자신만만한 인사는 허풍이 아니었다. 마이크도 없이 시원시원하고 쟁쟁한 목소리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대구의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혼자 걸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골목길들이 해설사의 입을 거치자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생생한 현장으로 살아났다.
청라언덕 위 아름다운 선교사 주택들을 보며 대구의 선교 역사를 들었다. 대구의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붉은 벽돌 건물에 담쟁이덩굴(아이비)을 올리고, 지역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지붕에는 한옥 기와를 얹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선교사들이 차례로 세운 최초의 교회(제일교회), 병원(동산병원), 그리고 학교(계성학교, 신명학교, 계명학교)의 역사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주택 가까이 정원처럼 조성된 선교사 묘지 앞에서 당시 선교사들의 헌신에 마음이 경건해졌다.
"대구의 만세 운동은 3월 1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발걸음은 석양과 야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3.1만세운동길'로 이어졌다. 365일 태극기가 물결치는 90계단길(실제로는 보수 과정에서 계단 1개가 땅속으로 들어가 89개라고 한다)을 걸으며 뜻밖의 사실을 배웠다.
대구의 만세 운동은 3월 1일이 아니라, 대구에서 가장 큰 장이 서는 '서문장날'인 3월 8일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각 지역마다 가장 큰 장날에 맞춰 봉기했기 때문에 날짜가 달랐으며, 서울에서 봉기한 3월 1일이 상징적으로 전국적인 만세 운동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해설사의 설명이었다.
이어 찾은 계산성당은 밤하늘 아래 더욱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서울 명동성당, 전주 전동성당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성당으로 꼽히는 이곳은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출입문의 장미 문양이 성모 마리아를, 12장의 장미 잎이 12제자를 의미한다는 세밀한 설명에 성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깊어졌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골목, 음악과 체험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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