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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키울 물이냐, AI 돌릴 물이냐…美농민들 데이터센터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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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농촌으로 확산하면서 농민과 목장주들이 농지와 물, 전력을 둘러싸고 반발하고 있다. 지역경제에 새로운 투자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데이터센터가 가뭄과 생산비 상승에 시달리는 농업계를 더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의 농촌 진출로 농업에 필요한 농지·물·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전기료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농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농업인연맹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는 약 5000곳으로 추산된다. AI 개발 경쟁에 나선 기술기업들은 넓고 평평한 부지와 물·전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농촌을 주요 입지로 선택하고 있다. 농지에 들어선 데이터센터가 몇 곳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농민들은 농촌에 들어서는 시설들이 농지를 잠식하고 물과 전력을 놓고 농업과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몬태나주 남동부에서 4대째 목장을 운영하는 클린트 맥레이도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 전력회사 노스웨스턴에너지는 그의 목장에서 약 3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소 방목지 약 6000에이커를 매입했다. 약 24㎢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맥레이는 온라인 채용공고를 살피고 주변 목장주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이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노스웨스턴에너지는 그러나 해당 부지의 용도나 개발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맥레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물 부족이다. 미국 서부 평원지대의 목장주들은 오랜 가뭄에 대응해 사육하는 소의 수를 줄여 왔다. 한정된 물을 데이터센터와 나눠 써야 한다면 목초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과 송아지가 마실 물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맥레이는 “올해처럼 가뭄이 든다면 누가 물 사용을 줄여야 하겠느냐”며 “결국 농업 부문이 물 사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회의에 참석해 다른 목장주들에게도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하고 있다.

비슷한 반발은 일리노이주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리노이주 농업인연맹 회장이자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는 필립 넬슨은 “누가 먼저 자원을 차지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느라 농지 1000에이커가 생산에서 빠진다면 엄청난 규모”라며 AI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 가동이 중단된 데이터센터가 우량 농지를 계속 차지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데이터센터는 중간 규모 도시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 농민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늘면 농가의 전기요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반발 속에 미국 20여개 주의 의원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업계는 물과 전력 사용에 관한 농업계의 주장에 반박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업계 단체인 데이터센터연합의 댄 디오리오 주 정책 담당 부회장은 데이터센터가 농업 생산보다 훨씬 적은 물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들이 흔히 채택하는 혼합형 냉각 시스템은 한 해의 약 90% 동안 공기를 이용해 시설을 냉각하고 가장 더운 날에만 물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반드시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디오리오는 인디애나주와 조지아주에서는 전력회사가 데이터센터에서 거둔 전기요금 수입을 바탕으로 요금을 내리거나 동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농지 매각도 토지 소유자와 구매자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이며 누구도 농민에게 땅을 팔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농민은 수천만 달러의 제안을 받고도 가족 농장을 팔지 않았다. 다만 넬슨은 농업 경기가 좋지 않고 농민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농장 매각이 현실적인 은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농지 면적이 줄어드는 데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여러 원인이 있다. 농지의 주택용지 전환과 농장 대형화·통합, 서부 목장의 사냥터 전환 등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미 농무부 농업총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농업용 토지 면적이 약 메인주 면적만큼 줄었다. 농업계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런 흐름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농업계도 데이터센터가 제공하는 디지털 인프라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농업기업 카길은 쇠고기 가공공장에 AI로 영상을 분석하는 자체 시스템 ‘카브(CarVe)’를 도입하고 있다. 캔자스주의 목장주 데비 라이언스블라이스도 목장 운영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소를 방목할 초지가 사라지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데이터센터도 내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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