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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 때문에... 김홍도 대작 앞에서 발길을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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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 때문에... 김홍도 대작 앞에서 발길을 멈췄습니다

조선의 천재 화가 김홍도(金弘道)의 그림이 대거 서화실에 나왔다고 해서 부지런히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방문객 규모를 지닌 박물관답게 북적이는 인파를 지났습니다. 2층으로 직행해 일단 '사유의 방'부터 들러 마음의 고요를 되찾은 뒤, 서화실로 향했죠.

김홍도의 <풍속도화첩(風俗圖畵帖)> 속 정겨운 그림들을 오랜만에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 감개무량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달까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조선시대 한복판으로 들어간 것처럼 생생함은 물론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인물들간의 시선 동선을 따라다가 놀라운 그림 앞에 도착했습니다.

만월대에서 열린 노인들의 성대한 모임

바로 단원 김홍도 만년의 대작인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稧圖)>였습니다. 1804년 9월, 송악산 기슭의 옛 고려 궁궐터인 만월대에서 열린 노인들의 성대한 모임을 기록한 이 그림은, 산수화와 풍속화, 그리고 기록화의 정수가 한 화폭 안에서 완벽하게 응집된 경이로운 마스터피스죠.

화폭 곁으로 바짝 다가가 내밀하게 그림을 뜯어보기 시작하자, 그 안에서 시대를 건너 제 앞에 도착한 엄청난 인간 군상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화면 중앙에는 잔칫상을 받은 64명의 은퇴한 원로 노인들이 기품 있게 자리하고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싼 시종과 구경꾼들의 수만 해도 무려 237명에 달합니다. 천재 화가의 시선은 단순히 인물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잔치판의 온갖 인간적인 디테일을 집요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흥에 겨워 술에 잔뜩 취해 주저앉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 구석에는 손님들이 타고 온 나귀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어 마치 주말 오후 만차 상태인 예식장 주차장을 보는 듯한 유쾌한 모습도 등장했죠.

무엇보다 제 마음을 강렬하게 흔든 것은 화면 곳곳에서 맹활약 중인 잔치의 화려한 중심부에서 비껴난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머리에 커다란 음식 상을 이고 위태롭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아낙들, 그리고 밀려드는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잔을 돌리고 술과 차를 따르는 주모와 시동들의 모습으로 그림의 구석구석은 북적이고 치열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저는 얼마 전 코엑스에서 치른 '국제차문화대전'에서의 제 모습이 그 위로 진하게 오버랩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차문화대전에서 저는 여유롭게 잔치를 즐기는 관람객이 아니었습니다. 주말 동안 다연재 부스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끝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차를 우려내야 하는 철저한 노동자의 위치에 있었죠.

첫날 출근길, 이벤트로 진행된 무료 나눔 찻잔을 받기 위해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던 거대한 인파를 보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선합니다. 인파를 뚫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차인과 관련업 종사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자신의 차 상품을 홍보하는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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