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달군 생일투표…당규 위반인가, 선거 공학인가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책과 비전 경쟁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출생 월에 따라 최고위원 후보를 나눠 찍고 당 대표 후보의 후순위까지 미리 정하는 선거 공학이 자리를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당권 주자들 사이에선 '당규 위반'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생일 따라 갈리는 '최고위원 2표'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고위원 경선의 '생일 투표' 지침이다. 최고위원 선거는 유권자 한 명이 후보 2명을 선택하는 '2연기명' 방식이다. 8명의 후보 가운데 5명을 뽑는 만큼 같은 진영 후보에게 표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으면 일부 후보가 탈락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친청(정청래)계 지지층에서는 최민희 후보를 공통으로 선택하고 홀수 월 출생자는 한민수 후보, 짝수 월 출생자는 이성윤 후보를 각각 찍는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 친명 성향 지지층 사이에서도 출생 월에 따라 박선원·서미화 후보와 김용·김영호 후보에게 표를 나눠 주고 임미애 후보에게 특정 지역(서울)의 표를 몰아주자는 전략이 등장했다.
당원 개인의 정치적 판단보다 표 계산을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지층에서는 "표 분산을 막기 위한 자발적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계파가 정한 후보 조합에 당원의 표를 배치하는 조직투표라는 비판도 나온다.
친청도 친명도 '2순위는 송영길' 한목소리당대표 선거의 계산법은 더 복잡하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에서 처음으로 선호투표제를 도입했다.
유권자는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를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모두 정해 투표해야 한다. 셋 다 기명되지 않은 표는 무효가 된다.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승부가 끝난다. 과반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킨 뒤, 그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표의 2순위를 남은 후보들에게 넘긴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특정 후보를 1순위로 찍고 송 후보를 2순위에 두라는 식의 투표 조합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 정 후보가 참석한 행사에서는 당대표 1~3순위와 최고위원 후보 조합을 함께 설명하는 장면도 나왔다.
후보 캠프가 지침을 직접 제작하거나 배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온라인상의 투표 조합이 후보 참석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설명되면서 전략투표가 사실상 진영별 선거운동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후보별 셈법도 엇갈린다. 정 후보는 1순위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면 후순위 표를 계산하지 않고 당선을 확정할 수 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정 후보의 과반을 저지한 뒤 탈락 후보의 후순위 표를 통해 역전을 노릴 수 있다. 후보의 정책과 비전보다 '누구를 2순위에 놓을 것인가'가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된 것이다.
김민석 "구태 계파 정치" 정청래 "당원 자발적 선택"
홀짝 투표 논란은 지난 29일 당대표 후보 TV토론에서도 충돌로 이어졌다.
김 후보는 생일 투표 등을 겨냥해 "당규를 위반한 노골적인 구태 계파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는 "김 후보가 당 밖에 18년 동안 있어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있을 때 역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이것은 당원들이 늘 자발적으로 해왔던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재차 "정 후보가 모여서 했던 조직적 행위, 홍보물을 통해서 한 행위가 정확하게 계파적 선거운동으로,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김 후보와 다른 후보들도 다 몰려 다닌다"고 맞불을 놨다.
김 후보가 거론한 '불법'은 민주당 당규 4호 제34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홍보물 배포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최근 SNS,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생일·홀짝 투표와 관련한 홍보물이 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위가 과거 전당대회 때부터 이어져 왔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략적인 분산 투표는 항상 있어왔다"는 의견과, "과거엔 조심스럽게 했던 일이 이제는 대놓고 대대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 당원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거나 투표 조합을 공유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선거운동의 영역에 해당하기도 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는 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후보 캠프가 지침 제작·배포에 관여했거나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당직자 등이 확산을 주도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누가 투표 지침을 만들었고 어떤 경로로 퍼뜨렸는지가 핵심 쟁점인 것이다.
김 후보 캠프에서는 "생일을 월별로 구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행태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정 후보가 당규 위반 소지가 있는 선거운동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주장한다. 정 후보 측은 "당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왜 문제가 되느냐"며 판세가 불리해진 김 후보 측의 무리한 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는 지난 28일 시작됐으며 첫 개표 결과는 다음 달 1일 공개된다. 첫 결과에서 생일 투표와 2순위 연대 등 투표 전략의 효과가 확인되면 남은 지역 경선에서 진영별 표 계산은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