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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작가로만 보지 말아달라"…카우스의 진짜 얼굴[박현주 아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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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카우스(KAWS)를 떠올리면 XX 눈의 캐릭터와 거대한 공공 조형, 아트토이와 패션 협업이 먼저 생각난다. 대중에게는 '피규어 작가' 이미지가 가장 강하다. 2018년 서울 석촌호수에 28m 높이 '컴패니언'을 띄우며 한국에도 '카우스 열풍'을 일으킨 작가다.

하지만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만난 카우스(본명 브라이언 도널리)는 그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조용했고 담담했다. 질문 하나하나를 오래 생각한 뒤 천천히 답했다. 스타 작가다운 화려한 제스처보다 작업에 대한 고민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
"저를 피규어 작가로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

이 한마디가 한국 첫 미술관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FRIENDS AND NEIGHBORS)'을 이해하는 열쇠였다.

카우스는 회화와 조각, 디자인과 제품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
"사람들은 피규어나 패션 협업 등 여러 경로로 제 작업을 만납니다. 하지만 저는 모두 하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전시는 그를 둘러싼 '피규어 작가'라는 이미지를 넘어 동시대 미술가 카우스를 새롭게 읽게 한다.

전시 제목인 '친구, 그리고 이웃' 역시 단순한 관계의 이름이 아니다.

카우스는 정치적 갈등과 코로나19를 지나며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과 감사가 동시에 생겼고, 그 감정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신작 '막상막하(NECK AND NECK)'는 그런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Neck and Neck'은 원래 승부를 가릴 수 없을 만큼 박빙인 상황을 뜻하는 관용구다. 그러나 카우스는 이를 서로의 목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듯한 대치 장면으로 바꿨다. 과거 서로를 품거나 기대던 캐릭터들은 이제 갈등과 긴장을 몸으로 드러낸다.

카우스는 "갈등은 원래부터 제 작업 안에 있었다"며 "예전에는 하나의 캐릭터를 탐구했다면 이제는 둘 사이의 관계를 확장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에게 카우스는 피규어 작가지만, 그의 출발점은 1990년대 미국 뉴저지와 뉴욕 거리의 그라피티였다. 광고판과 버스정류장에 개입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회화와 조각, 그래픽, 아트토이, 패션, 공공미술을 넘나들며 순수미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었다.

'KAWS'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뜻은 없다. 10대 시절 그라피티를 하며 만든 태그(tag)로, 단지 네 글자의 형태가 마음에 들어 붙인 이름이다. 익명을 위해 시작한 거리의 서명이 이제는 세계 주요 미술관과 경매장을 오가는 이름이 됐다.

브루클린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토론토 온타리오미술관, 앤디 워홀 미술관,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현대미술가로서의 입지도 확고히 했다.

이번 회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캐릭터보다 공간이다.

놀이터와 방, 뒷마당…. 사람들이 함께 머무는 장소가 처음으로 본격 등장한다.

카우스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며 "어른에게는 사소한 일도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런 기억들이 이번 회화의 방향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작 '치유(THERAPY)'에서는 열한 명의 '첨(CHUM)'이 각자 바다가 그려진 캔버스를 들고 서 있다. 가까이에서는 서로 다른 그림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하나의 거대한 바다가 완성된다.

┼
"50대가 된요즘은 예전처럼 스스로 만든 규칙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내일부터 이 방식을 그만둔다고 해도 크게 아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카우스는 미술 수업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그림을 들어 보이는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서로 다른 그림이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관계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최근 회화에 등장하는 점묘 같은 질감 역시 오랜 실험 끝에 다시 꺼내 든 표현 방식이다. 카우스는 1990년대 스프레이 캔의 압력을 뺀 채 분사하다 발견한 기법을, 몇 년 전 시리얼의 바삭한 질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시 떠올렸다.

그는 "그 기법 덕분에 이전에는 부족했던 깊이감과 양감을 더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제작 과정이라기보다 이미지를 구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회화의 화려한 색채와 조각의 절제된 색감이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온통 검은 옷을 입은 그는 전시장 대형 조각도 모두 검은색으로 만들었다.
┼
"조각은 형태에 집중하는 작업입니다. 색이 강하면 형태를 바라보는 경험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반대로 회화에서는 누구보다 과감하게 색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웃으며 말했다.

"저는 색을 사랑합니다. 다만 색 있는 옷을 입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XX 눈의 의미도 의외였다.

많은 사람이 슬픔이나 죽음의 상징으로 읽지만 그는 "그건 그냥 그들의 눈"이라고 말했다.

┼
"저는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과 경험으로 작품을 바라봅니다. 그것을 바꾸려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
그래서 그는 서울 관객들에게 "디지털 화면이 아니라 실제 회화와 조각 앞에 서서 작품을 경험해 달라"고 부탁했다.

카우스는 스트리트웨어와 패션 협업 역시 회화나 조각과 다르지 않은 창작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표현의 통로나 소통 방식을 발견하면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하나를 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제로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늘 호기심이 생기면 직접 탐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는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조각 '펠로우(FELLOW)'에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새로운 캐릭터 '펠로우(FELLOW)'도 처음 등장한다.

목이 잘려 붉은 단면이 드러난 모습 때문에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카우스는 "특별한 상징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역사적인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조형적 역동성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3일부터는 전 세계 2000개 한정 제작된 '펠로우' 피규어도 스페이스K에서 판매된다. 가격은 59만 원이다.

수줍게 말하던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휴대전화를 들었다.

"이번에는 제가 여러분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스타 작가의 마지막 행동은 의외로 소박했다.

피규어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캐릭터보다 관계를 먼저 이야기했던 카우스. 그의 마지막 한 장의 사진은 이번 전시 '친구, 그리고 이웃'을 가장 카우스답게 설명하는 장면으로 오래 남았다.

전시는 2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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